[매일춘추] 일상으로의 새로운 초대

입력 2020-05-04 17:30:00

박명현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주임

박명현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주임
박명현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주임

지난 달 중순, 회사에서 재택근무의 종료를 알리는 공지가 왔다. 예상보다 이른 일상의 복귀는 의사와 소방관들, 그리고 국가의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관리로 코로나 19의 증감세가 둔화된 덕분이지 않을까. 대기업을 비롯한 재택근무를 시행하던 많은 회사들은 이제 속속 선택적 재택근무로 변경하거나 재택근무를 종료하면서 점진적으로 일상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재택근무 시행 전 걱정했던 것과 달리 코로나 19로 인한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근로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시간과 공간에 제약에 많았던 이전 회사생활에 비해 조금은 자유로운 직장의 이면도 감지되었다. 가상 데스크탑이나 원격지 접속으로 공간을 벗어나 자유로운 컴퓨팅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부서의 경우 같은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협업툴을 사용하여 업무를 소통했고,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대면 업무의 미팅과 동일한 환경을 조성하여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음을 확인케도 했다.

지난 4월 11일의 질병관리본부 정례브리핑에서 권준욱 본부장은 "코로나 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며 "생활 속에서 감염병 위험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방역 활동이 우리의 일상"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 19 발생 이후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회의 모습은 실질적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지금은 조금씩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계는 온라인 원격수업 방식을 도입하였고 스포츠계는 무관중 경기 및 일부 제한적 입장 허용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화예술계도 잠정 연기된 공연을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여 실행하고 있다. 4월 6일부터 17일까지 대구광역시와 대구문화재단이 코로나 19로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관계자들, 침체에 빠져있는 시민과 지역 예술인에게 응원과 활력을 주는 공연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무관중 라이브로 온라인 진행 중계하였다. 4월 18일에는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유튜브 채널 <쇼 머스트 고 온>을 개설하여 스트리밍하였으며, 동시에 진행한 코로나19 기부 모금은 큰 호응을 받았다. 공적 지원금을 통해 예술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인들도 이런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SNS를 활용하여 온라인으로 관람객을 유도하는 스트리밍 방식을 차용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이런 변화의 모습과 양상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생활방식을 실현하기도 한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새로운 소통방식은 그 자체로 활동의 결과물이 됨으로써 생산과 동시에 아카이빙되는 가히 혁신적 구조를 만들어내었다. 아카이브 수집에서의 평가과정이 생략됨으로 그만큼 예술의 생산 활동 과정에서의 책임감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는 것에 가슴이 아프지만, 코로나 19 발생 이후의 상황은 문화적 소통과 연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우리에게 열어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먼 미래의 아키비스트는 우리가 개척해 가는 이 시기를 경계로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문화'이라고 어쩌면 구분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