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거주 日 여성들이 고향 그리며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

입력 2020-05-04 10:14:27 수정 2020-05-04 11:41:09

이코이 합창단, 찬송가 개사한 영상 인스타그램에 공개

대구에 거주하는 일본인 이주여성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합창 영상을 만들어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인 '이코이 합창단'은 지난달 27일 영상 하나를 이코이 합창단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개했다. 영상은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개사한 노래에 맞춰 8명의 일본인 여성들이 각자 맡은 부분을 따로 영상으로 찍은 뒤 합쳐 만든 합창 영상이었다.

이코이 합창단은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일본 여성으로 구성 된 여성3부합창단이다. '이코이'(憩)는 몸과 마음의 휴식을 의미하며, 소소한 일상에서 노래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자는 소박한 소망이 담겨져 있다. 2017년에 결성된 이코이 합창단은 2018년에 오카야마시, 2019년에 쿠마모토시와 고베시와의 교류음악회에 참여하는 등 한일교류 음악회를 중심으로 컬러풀대구페스티벌, 다문화경연대회 등 다양한 무대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에는 다문화경연대회 대구지역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코이 합창단이 이 영상을 만든 데에는 코로나19 탓에 고향을 가지 못하는 이들의 복잡한 마음이 담겨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점점 잦아들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고향에 남아있는 친정 가족과 친구, 지인 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도 크다. 게다가 서로 모여서 연습하면서 이러한 근심을 덜어내고 싶어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연습 또한 4개월째 중단된 상태여서 이들의 걱정은 더욱 깊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단원들은 비록 부족한 솜씨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고, 그것이 바로 '어메이징 그레이스' 영상이었다. 이들의 염원은 마지막 가사인 'みんな1人じゃない'(우리는 혼자가 아니다)에 잘 담겨 있다. 이코이합창단원들은 "이 마지막 가사가 우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이 합창단의 리더 오금선 씨는 "가사는 재작년 쯤에 만든 것으로 외지 생활이지만 힘내서 살아보자는 의미를 담아 작사했던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단원들과 함께 불러보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보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며 합창단이 노래로 표현한 망향의 정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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