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인터뷰 통해 대구 재방문 소회 및 정치 상황 진단
지난달 27일 내구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2차 의료봉사 활동을 마치고 상경했다. 지난 5일간의 재방문 소회에 대해 "대구를 다시 찾은 이유는 시민'국민과의 약속 때문이었다"며 "몸은 피곤할지 모르겠으나 약속을 지켜낸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자유롭다"고 말했다. 떠나는 안 대표에게 동료 의료진들은 "고맙고 감사했다"는 말을 전했고, 안 대표는 "필요하다면 다시 오겠지만, 그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상경하기 직전 안 대표를 만나 대구 재방문 소회와 정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다시 내려오니 자유"
안 대표는 1일 대구 중구 동산병원 별관 2층에 마련된 자신의 근무실에서 매일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대구 상황이 호전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왔다"며 다시 내구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15일 대구를 떠날 때만 해도 길 건너편 서문시장이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모두 문을 닫았고, 길에는 차량과 행인이 보이지 않았다"며 "다시 와서 살펴보니 의료진들 표정이 훨씬 편해졌고 도시도 어느 정도 활력을 찾은 것 같다"고 기뻐했다.
안 대표는 자신의 재방문이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의료자원봉사자는 모두 돌아간 상태여서 동산병원에는 자체의료진과 8명 안팎의 공중보건의만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증 환자 수용시설인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닫음에 따라 동산병원에는 다시 60여명의 환자가 급증해 졌는데 이때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21대 국회는 더욱 악화
정치 이야기로 들어가자 표정이 굳어졌다.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20대 국회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며 한 숨 쉬었다.
안 대표는 "20대 국회는 끝을 모르는 정쟁의 연속이었다. 특히 여권에서는 4+1이라는 기형적 원내 구조를 만들면서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무리하게 관철시켰다"며 "21대는 사상 초유의 거대 여당이 탄생해 밀어붙이는 힘까지 갖게 됐고, 기댈 대라고는 국민밖에 없는 야당은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으니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현 정권이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소득주도 성장, 주52시간제, 탈원전 정책 등에 대한 성과를 내기 위해 열을 올릴 것이고, 그것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야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도 커질 것"이라며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 속에 뒤처지면서 끝없이 추락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권이 추진 중인 재난지원금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철저한 상황 분석을 먼저 해야지 무차별적 지원금 남발은 '언 발에 오줌 누기'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감염병 사태는 언제든 다시 재연될 수 있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앞으로도 유사한 사태가 발생해 재정을 투입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그때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할 수는 없지 않느냐? 즉각 투입할 곳은 재난구호기금으로 충당하고 전체적인 재정 계획하에 지원금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수립하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통합당과 거리두기는 계속
안 대표는 지난 총선 직전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과 1대1 구도를 이루면 필패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보수 세력이 중도층 지지세를 확보하지 못하면 힘 있는 여권에 반드시 패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서 안 대표는 총선 전 통합당과의 합당이나 연대를 반대한 바 있다.
총선 후에도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안 대표는 "1대1 구도가 야권의 필패를 가져올 것이란 소신은 변함없다. 중도적 유권자의 특성은 현 상황에서 어느 쪽이 좀 더 합리적이고 좋은 대안을 가졌는지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한다"며 "1대1 대결 구도는, 마지막까지 결정을 유보하고 관망하는 유권자들을 선택지에서 지워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귀국한 지난 1월부터 통합의 중요성보다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정치에서 늦은 때는 없다. 지금이 바로 국민적 기대치를 넘어서는 혁신과 변화를 이뤄낼 적기일지 모른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어 "구체적 혁신의 첫 단계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현실 진단이다. 그런 과정은 무척이나 힘들 뿐 아니라 때로는 제 살을 깎아내는 고통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지금 야권은 무엇이 문제고, 그걸 고치기 위해 뭘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첫 단추도 제대로 못 끼운 상태에서 통합만 고수하는 것은 그 순서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통합당 사태 "수습 기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을 놓고 아수라장이 된 통합당 상황에 대해 안 대표는 "현재로선 다른 당을 논평하는 건 옳지 않다"며 "빨리 수습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통합당이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유권자 표심 41%를 얻었다고 주장하는데 그 표심이 전부 제1야당 지지표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며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비례대표 득표율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구 후보를 냈더라면 국민의당이 3석이란 저조한 성적표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안 대표는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아 현수막 하나도 제대로 걸 수 없는 어려운 선거였다"며 "고육지책으로 택한 게 국토종단 마라톤 일주였는데 제대로 홍보도 안 됐고 언론에서 받아 줄 방안도 현실적으로 찾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난 총선에선 국민의당이 기호 3번이었으나 이번엔 10번으로, 유권자들이 투표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제대로 찍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창당한 지 2달도 안 돼 안철수와 연관있는 정당인 줄도 모르는 유권자가 있었을 수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를 또다시 시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고 했다.
'의사→컴퓨터프로그래머→정치인→마라토너' 등으로 변신을 자주 하는 비결을 물으니 "멀티테스킹에 능하다"고 말했다. "의과대학 있을 때 컴퓨터를 하다가 백신을 만들게 됐고, 백신을 공부하다 보니 전념하고 싶어 의료는 다른 의사분들께 맡기고 회사를 차렸다"며 "백신 회사가 탄탄한 기반에 올라서자 할 일도 줄어들고 해서 대민 서비스의 일환인 정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파벌 정치 ▷실용을 저버린 진영 정치 ▷국가주의적 정부 정책 등이 대표적 3가지 패악적 정치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위 3가지를 뿌리 뽑기 위해 백신을 만들다 정치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지금도 주진야당(주간엔 진료하고 야간에 당무활동을 하는 것을 뜻함)하면서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이 위 3가지의 근절책 마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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