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 지음/ 돌베개 펴냄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일이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안보와 경제, 사회 전 분야에서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솔직히 대한민국의 운명은 남북, 한·중, 한·미, 한·일, 그리고 러시아까지 주변 강대국의 움직임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기대와 바람과는 달리, 현실은 엄혹하기만 하다.
물론 이같은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북, 한·미, 한·일, 한·중 관계에 변화를 초래하고, 이 방향에 따라 우리민족의 흥망과 번영이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순신'을 찾는다. 이순신 장군 같은 시대의 영웅이 나타나서 우리를 구원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의 '이순신을 찾아서' 출간이 눈길을 끄는 이유이다. 저자는 1949년 인천 출생으로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계명대·영남대를 거쳐 1982년 인하대로 옮겨 2015년 퇴임했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으로 등단했고, '창작과 비평' 편집주간, 민족문학사연구소 공동대표, 인천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전형적인 진보·좌파 지식인인 셈이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민족의 영웅' '국민의 영웅'으로서의 '이순신'을 처음 호출한 사람은 단재 신채호라고 주장한다. 임진왜란 이후의 논공행상과 실록 등 역사적 기록 속에 이순신은 민족·국민 보다는 임금에 충성하는 신하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단재는 1908년 5월 2일부터 8월 18일까지 국한문판 '대한매일신보'에 금협산인이라는 필명으로 '수군제일위인 이순신'을 연재했다. 이 작품은 이후로 이어지는 충무공 이순신 숭배의 원점이 되었고, 이순신은 국권 회복의 국민영웅이 되었다.
'수군제일위인 이순신'이 세상에 나온 1908년은 일본의 조선 침탈이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대한제국은 망국의 길로 가는 절체절명의 시기였던 점에서, 단재의 이순신 소환은 불세출의 영웅 이순신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국민 한 명 한 명이 '제2의 이순신'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단재 이후 이순신 최고 전문가로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6)을 꼽았다. 구보는 해방 직후부터 이순신전을 여러 번 연재했고, 월북한 뒤에 쓴 '임진조국전쟁(1960)'이 그 완결판이다. 구보는 또 이순신의 조카 이분(1566~1619)이 지은 '행록(이충무공전서, 1800년 간행)'을 번역하고 주석을 달았다.
이 책은 단재의 '수군제일위인 이순신' 이후 이순신을 다른 책들을 검토하여 이순신 이야기의 변화 모습을 통시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1928~1939)', 환산 이윤재의 '성웅 이순신(1931)', 춘원 이광수의 '이순신(1931~1932)', 구보 박태원의 '임진조국전쟁(1960)', 노산 이은상의 '성웅 이순신(1969)', 김지하의 '구리 이순신(1971)', 김탁환의 '불멸(1998)', 김훈의 '칼의 노래(2001)' 등을 출간 시기를 기준으로 다뤘고, 이와 함께 일본 작자 오다 마코토의 '소설 임진왜란(1992)'도 소개한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이순신 서사의 향방'은 단재를 축으로 이순신 서사의 내력을 비판적으로 개관하고 있고, 2부 '단재와 구보의 이순신'은 자료편이라고 할 수 있다. 국한문체에 옛 고어를 많이 사용한 '수군제일위인 이순신'을 정확한 교주와 번역 작업을 거쳐 정본 텍스트로 확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구보 박태원이 번역하고 주석을 단 '이충무공행록'도 교주가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 최대한 원문 그대로의 맛을 살렸다. 구보의 문장은 지금 사라져가는 서울말(경아리 말)의 백미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 376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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