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속 국민연금을 생각한다

입력 2020-05-11 16:57:51

김백기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장

김백기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장
김백기 국민연금공단 대구지역본부장

코로나19는 아직 진행 중이다. 대구경북에 8천2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은 분이 220명을 넘었다. 상처가 크고 깊다. 모든 것이 멈춰 서고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사라진 시간, 가족 간에도 말을 아끼고 집 밖을 나서야 하는 일이면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대신 대구를 구하기 위해 전국의 의료진, 소방대원,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다. 물건 사재기 없이 질서 정연한 대구시민을 가까이에서 봤다. 돌이켜보면 고통과 불안, 감동이 혼재된 시간이었다.

지난 3월 초 대구지역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섰을 때도 국민연금을 청구하러 오는 이들의 발걸음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수급자 500만 명 시대가 봄과 함께 찾아왔다. 코로나19 속에서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새삼 돌아보게 됐다.

첫째, 코로나19로 생업이 위태로운 사람이 속출하면서 공적연금의 역할이 강조된다. 국경이 폐쇄되면서 수출입을 하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근로자들은 갈 곳을 잃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끊기고 접촉을 두려워하자 자영업자들의 기반이 흔들렸다. 국가로부터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은퇴자들은 그나마 안도했을 것이다. 평생 월급과 같은 연금은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주춧돌 그 이상이다.

국민연금은 1988년 시행 이래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 수급자 500만 명 시대를 열었고, 대구경북에는 60만 명 정도가 받고 있다. 연금액도 꾸준히 높아졌다. 대구지역의 개인 최고 연금액은 월 207만6천원이고 부부 합산의 경우 360만원에 달하며 '용돈 연금'이라는 불명예가 벗겨지고 있다.

둘째, 코로나19로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 되었고, 그 공동체라는 말에서 사회연대와 '국민연금'을 떠올렸다.

부모와 자식 간 개별 부양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지자, 인류는 사회적 부양 시스템으로 '국민연금'을 만들었다. 세대를 이어 부양하게 하고, 세대 내에서는 고소득자로부터 저소득자에게로 소득을 이전시키는 재분배를 통해 '사회연대'와 '사회통합'을 심었다.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지구촌이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셋째, 정부와 공공서비스의 사회적 가치가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의 업무 방식과 전달 체계 정비 등 서비스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커지는 한편 '좋은 정부'나 '진짜 선진국'에 대한 잣대도 달라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를 잘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방역당국의 '중심 잡기'는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했다. 인력 등 정부의 자원만으로는 부족했기에 공항 검역소 방역과 생활치료시설 운영에 공공기관들의 협력이 함께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청풍리조트를 임시생활시설로 전환해 대구지역 환자를 돌보는 일을 했다. 안산의 생활치료센터, 김포의 임시생활시설을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국내 공항 검역소마다 인력을 파견해 방역 업무를 지원하는 한편, 전국 지사에서는 사업장의 유급휴가 비용 신청 접수와 지급 업무를 맡아 정부를 지원 중이다.

우리는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코로나 속 총선'까지 잘 치러냈다. 뭇 세계인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머지않아 21대 국회가 개원할 것이다. 파탄 지경의 민생도 살필 일이지만,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답해야 할 시간이다. 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에 눈을 감고 미래를 향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고 지금 대한민국은 더 위대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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