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긴급대출 늘렸지만…"은행선 기다리란 말만"

입력 2020-04-24 18:21:14 수정 2020-04-25 08:12:36

버틸 여유 없는 자영업자들 고금리로 발등의 불 끄기도
급한 불 끄려 카드론 등 고금리로 돈 빌리기도

지난 3월 6일 오후 대구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가 코로나19 관련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로 붐비고 있다. 진흥공단 관계자는
지난 3월 6일 오후 대구 중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가 코로나19 관련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로 붐비고 있다. 진흥공단 관계자는 "하루 수백 명 이상의 소상공인이 대출상담을 하러 온다"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부가 소상공인 긴급대출 예산을 늘렸지만 대구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쉽지 않은 대출 탓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구 서구 평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47) 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이전의 30% 수준으로 줄어 지난달 12일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했다. 한 달을 기다려 대구신용보증재단으로부터 대출 보증서를 받았지만, 정작 은행에선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A씨는 "또다시 한 달을 더 기다려야 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기다릴 여유가 없는 자영업자들은 고금리 대출로 발등의 불을 끄고 있다. 동구 봉무동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B(47) 씨는 "새로운 상품을 들이려면 본사에 현금을 입금해 물건을 받아야 하는데 자금이 부족해 결국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카드론에서 돈을 빌렸다"고 했다.

24일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7개 카드사에 따르면 올해 3월 카드론 취급액은 3천2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6% 늘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카드론 대출에 의지하는 셈이다.

제때 대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호소에 정부는 지난 22일 기존 소상공인 긴급대출 예산을 16조4천억원 규모로 늘렸지만 현장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정부에서 예산을 늘린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증액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막상 은행에 가보면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거나 다른 상품을 추천해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중구에서 액세서리점을 운영하는 C(30) 씨는 "경영안정자금 대출을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당장 운영 자금이 필요한데 언제쯤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확답을 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소상공인 긴급대출 수요 대상자가 630만명인데 담당 인력이 600명뿐이라서 신속하게 대출 신청을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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