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진·이민혁…트로트 열풍 탄 10대 트로트 가수들

입력 2020-04-20 11:54:03 수정 2020-04-20 11:56:45

포항 동해중 전유진 양, 대구 중리초 이민혁 군
MBC 편애중계 등서 두각 나타내…“타고난 신동”

포항 동해중 2년 전유진 양은 지난 2~3월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포항 동해중 2년 전유진 양은 지난 2~3월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편애중계-10대 트로트 가수왕 대전'에서 최종 우승했다.(왼쪽) 대구 중리초 6년 이민혁 군도 '편애중계-10대 트로트 가수왕 대전'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앳된 얼굴로 한껏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신기해서 한 번 보고, 어른 뺨치는 실력에 다시 한 번 더 보게 된단다.

이른바 '신동'이라 불리는, 10대 트로트 가수들의 얘기다. 특히 최근 TV 프로그램 등에서 눈에 띄는 실력을 선보인 이들은 대구경북지역 출신이라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뭐든 꺾어불러야 제 맛이죠

지난 2~3월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편애중계-10대 트로트 가수왕 대전'에서 최종 우승한 전유진(15·포항 동해중 2) 양.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구성진 트로트 가락을 선보이는 모습에 심사위원 모두가 극찬을 했다. 방송 이후 '리틀 장윤정' 타이틀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뜨겁게 달군 것도 당연지사.

더욱 놀라운 것은 전 양이 트로트에 입문한 것은 겨우 지난해 7월. 그러니까 전문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일반 학생'이 7개월 여 만에 트로트 신동에 손꼽히는 인물로 우뚝 선 셈이다.

지난 16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의 집에서 만난 전 양의 첫인상은 똑부러지겠다, 야무지겠다는 느낌이었다. 전 양의 어머니 김진숙(42) 씨는 "애교가 없고 털털한 성격의 맏이에다 아직 이제 겨우 초등학생 티를 벗고 있는 아이"라면서도 "속마음은 참 깊은 것 같다"고 했다.

전유진 양은
'리틀 장윤정' 전유진 양이 포항 동해면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며 '정말 좋았네'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전유진 양은 아빠와 엄마, 세 살 터울의 여동생과 노래방을 자주 가는 편이라고 한다. 가족 모두 흥이 많은 편인데 최근 코로나19 탓에 노래방을 갈 수 없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전유진 양은 "집 앞 마트에 마스크를 끼고 갔는데도 알아보시는 분이 있어 신기했다"며 "어디서든 행실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전 양의 첫 트로트 데뷔 무대는 지난해 7월 열린 포항해변 전국가요제. 수많은 참가자를 제치고 당당하게 대상을 거머쥐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어머니 김 씨는 "동네 축제 정도로만 생각하고 사실 재미 삼아 신청했었다. 그렇게 규모가 클 줄 전혀 몰랐다"며 "예선을 보러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예선 번호가 69번이었기에 망정이지, 100번만 넘었어도 그냥 집으로 돌아왔을 거란다. 전 양과 어머니 모두 예선이 끝나고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바로 다음날 본선 진출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본선 행사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때였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소음 민원이 들어올까봐 집에서는 제대로 노래 연습도 할 수 없었어요. 아빠 차에서, 또 근처 바닷가에 나가서 시원하게 불렀죠."

당시 가요제 출전곡은 송가인이 불러 화제가 된 용두산 엘레지. 연습할 때 10번 중 3번 정도만 성공했던 고음 부분을 다행히 본선에서도 잘 넘겼다. 어머니 김 씨는 "인기상 정도를 기대했는데 다른 사람이 받았다. 동상, 은상, 금상까지 호명되면서 마음을 접으려던 찰나 대상에서 이름을 불러 너무 놀랐다"고 했다.

가요제 수상을 계기로, 이후부터 방송과 행사 등 섭외가 밀려 들어왔다. 지난해 10월 KBS '노래가 좋아' 특별기획 '트로트가 좋아'와 올해 '편애중계'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트로트의 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방송 출연 횟수가 늘어나면서 부담도 덩달아 늘었다. 전 양은 "녹화를 갔더니 나보다 나이가 적은데도 행사 등 경력이 훨씬 많거나, 전문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른들이 보기엔 모두 아이 같았겠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우리끼리 경쟁을 해야만 했다. 부담이 커지니 긴장이 됐다. 하루종일 촬영이 이어지다보니 나중엔 몸도 아팠다"고 말했다.

이민혁 군의 장기는 댄스 퍼포먼스. 빠른 템포의 트로트를 잘하고 오래해왔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느리고 정통 트로트 느낌의 노래를 많이 연습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전유진 양은 아빠와 엄마, 세 살 터울의 여동생과 노래방을 자주 가는 편이라고 한다. 가족 모두 흥이 많은 편인데 최근 코로나19 탓에 노래방을 갈 수 없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변성기도 오고, 진로 선택 등 중요한 시기라 중학생인 트로트 가수는 잘 없는 편. 전 양과 어머니도 고민이 크다.

어머니 김 씨는 "지금은 일반고에 보내고 싶은 생각이 크지만, 타고난 재능을 썩히기는 또 아깝다. 공부와 가수의 두 갈래 길에서 많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소속사에 들어가는 것도 고려해보고 있다. 아무래도 혼자 섭외 요청 등을 관리하기 힘들고, 그 쪽 세계에 대한 안목이 있는 곳이 좋을 것 같아서"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전 양은 지금 트로트에 한껏 취해있다. 아직 모르는 노래가 많기 때문에 다 알고싶단다. 예전에는 무조건 힘을 주고 악을 쓰는 창법 탓에 목이 빨리 쉬었는데, 연습을 거듭하면서 힘을 빼고 부르는 법도 알게 됐다.

"가곡 '봄이 오면' 아시죠?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그걸 녹음해가는 게 학교 숙제였는데, 시원하게 꺾어 불렀어요. 트로트처럼 안 꺾어부르면 불안해요."

요즘에는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그 노래를 부른 가수의 본명부터 활동 이력 등 모든 것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서 파고든다. 그 가수의 초창기 시절 목소리와 전성기 시절 목소리, 최근의 목소리를 비교해볼 정도다.

물론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하는 것이지만, 전 양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팬들에게 더 다양한 노래를 들려주고자하는 마음도 크다.

어머니 김 씨는 "팬 대다수가 50, 60대 중후반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한 분은 포항까지 오셔서 유진이가 다닌 초등학교, 중학교를 '성지순례'하고, 유진이에게 전해주라며 집 근처 카페에 직접 만든 초콜릿을 전해주고 갔다. 정말 눈물나게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다.

전 양도 앞으로 좋은 노래로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인기는 잠깐이라고 생각해요. 악보도 볼 줄 모르는 제게 트로트 천재라고 해주시니 사랑이 과분하다고도 느껴지면서도, 감사합니다. 앞으로 노래를 많이 연습해서, 성인이 되면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노래, 색소폰 연습까지 하루가 바빠요

MBC '편애중계-10대 트로트 가수왕 대전'에서 전 양과 함께 주목 받았던 신동이 있다. 바로 이민혁(13·대구 중리초 6) 군. 출연 당시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흥겨운 추임새, 세련된 무대매너로 남진의 '나야 나'를 선보였다.

무대에서 끼가 가득한 모습을 보여준 그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 군은 인터뷰 내내 수줍은 표정이었다. 옆머리를 짧게 치고 윗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모히칸 헤어스타일과 목걸이, 반지로 한껏 멋을 낸 모습은 여전했다. 이마에 난 여드름 위에 살짝 붙인 반창고가 눈에 띄었다.

이 군은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16년, 대구 서구 구민체육대회에 나간 것이 트로트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동별 장기자랑에서 춤을 췄는데, 그걸 눈여겨 본 한 심사위원이 트로트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한 것. 그렇게 연습을 시작한 이 군은 이듬해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인기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이 군은 "무대 뒤에서 춤을 추는 것보다, 트로트를 직접 불러보니 흥이 나고 또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 더 부르고싶었다"며 "아이돌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 보다 훨씬 재밌다. 가끔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가사는 최대한 내 경험에 비춰 그 감성을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민혁 군이 어머니 변상숙 씨와 다정하게
이민혁 군의 장기는 댄스 퍼포먼스. 빠른 템포의 트로트를 잘하고 오래해왔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느리고 정통 트로트 느낌의 노래를 많이 연습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 군을 옆에서 지켜보던, 노래 스승이자 작곡가인 손준호 씨가 "앞으로 변성기가 올테지만 민혁이는 선천적으로 좋은 음색을 타고났다. 박자와 음정, 강약 기술, 무대 매너 모두 타고난 그야말로 신동"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민혁이가 전국 각지에 공연과 노래 봉사를 많이 다니면서 그동안 빠른 템포의 노래를 해왔다. 트로트 느낌을 좀 더 살리고자 최근에 나훈아의 '남자의 인생', 남진의 '내 영혼의 히로인'처럼 비트가 느린 노래를 많이 연습하고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연습실에 와서 1시간 반 정도 연습한다"고 했다.

이 군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이병철의 '인생 뭐 있나'. 직접 창작한 춤을 추면서 부르는 노래라 신이 나고 재미있단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박상철 선생님입니다. 공연 가서 가장 처음 만난 트로트 가수였는데, 당시에 자기보다 더 잘부른다고 칭찬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예전에는 트로트를 부른다고 의아해했던 친구들도 이제는 노래방에 가면 함께 트로트를 부른다.

하지만 친구들과 놀 시간을 내는 것도 쉽지는 않다. 공부와 노래 연습, 색소폰 연습으로 하루를 꽉 채우기 때문. 이 군은 "친구들이랑 놀기로 약속했는데 갑자기 공연 일정이 잡히면 눈물이 날 때도 있다. 그래도 막상 무대에 서서 노래하면 즐겁다"고 했다.

이민혁 군이 어머니 변상숙 씨와 다정하게 '남자의 인생'을 부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이 군의 어머니 변상숙(55) 씨도 안타까운 마음은 매한가지.

변 씨는 "엄마 마음에 아직은 공부가 1순위"라며 "본인이 하고싶은대로 해주겠다고는 했지만 공부를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다행히 스스로 상위권을 유지하며 잘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혁이가 서울예고에 가고싶어한다. 진로를 확실히 하고 있어서,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최대한 뒷바라지를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군은 내년에 미스터트롯에 도전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1초만에 "네"라고 답했다.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공연을 가면 어르신들이 손자 같다며 좋아해주세요. 저를 좋아하는 많은 팬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흥겹고 또 가슴을 울리기도 하는 좋은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는 9월쯤 발매할 신곡 '웃음이 보약이야'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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