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맞이한 참패…공천 책임론에 휩싸인 미래통합당 지도부 운명은?

입력 2020-04-16 00:51:15

황교안 대표 책임론 벗어나기 힘들어
차기 리더 찾기 어려워 혼돈 양상 장기화 우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던 중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방송을 시청하던 중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에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은 15일 오후 개표 상황실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 차려놓고 방송 3사의 출구조사결과를 기다렸다. '나쁜 결과'를 예견한 듯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출구조사 발표 때 상황실을 찾지 않았지만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원유철 미래한국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오후 6시를 조금 넘겨 상황실을 찾아 TV 화면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제1당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예측되자 무거운 침묵이 상황실 내에 흘렀다. 글자 그대로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황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이마를 한번 쓰다듬었고, 원 대표는 연신 양손을 만지작거렸다. 수도권을 필두로 저조한 출구조사 결과 발표가 시작되면서 상황실에는 '도서관 분위기'가 계속됐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 대표가 지는 것으로 예측된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이곳은 도서관 분위기를 넘어 고시원 분위기로 넘어갔다. 서울 강남 벨트의 태구민(강남갑)·박진(강남을)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출구조사가 나오고서야 처음으로 박수와 환호성이 나왔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열세 결과가 계속 터져 나오자 상황실은 다시 도서관 분위기로 돌아갔다.

황 대표와 심 원내대표는 6시 40분쯤 당직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퇴장했고, 잠시 뒤 원유철 대표를 포함한 미래한국당 지도부도 떠나면서 몇몇 실무진과 취재진만을 남긴 채 상황실은 텅 비었다.

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를 맞이하면서 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본인이 진 것은 물론, 총선 패배 책임론까지 떠안게 된 황교안 대표는 자리 보건이 힘들어질 전망이다.

특히 통합당 내부에서는 리더십을 갖춘 '새 지도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 또다시 비대위 체제 전환을 통한 혼돈의 시기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패장의 멍에를 쓰게 된 황 대표에 대한 퇴진 요구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이번 총선 공천 막바지에 '호떡 공천' 논란에 휩싸인 것은 물론,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한선교 전 대표와의 갈등,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불거진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의 막말 파동 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당 안팎의 비판에 총선 기간 내내 시달려온 상황이어서 '카리스마 부족'에 대한 책임론이 곧바로 제기될 것이 확실시된다.

당내에서 책임론 제기가 빨라진다면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앞서 당이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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