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지난 주말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이정은 배우가 출연했다.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오스카를 휩쓴 지 고작 두 달 남짓이 지났을 뿐이기에 쏟아지는 러브콜에 정신없을 것이 누가 봐도 당연하다. 그녀는 백발노인의 가발을 쓰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의상을 입은 채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영화 '기생충' 속에서 이정은은 마치 가정부 문광 그 자체인양 선과 악, 비굴함과 뻔뻔함 사이의 감정변화를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명시절 그녀가 10여년간 맡았던 뮤지컬 '빨래'의 주인집 할머니 역으로 돌아온 그녀를 화면에서 보는 순간 문광은 없고 주인집 할머니만 그 자리에 있었다. 팍팍한 현실을 사는 남루한 모습의 할머니 역할이었지만 그녀의 연기만큼은 빛이 났고 무대 위에서 그녀는 완전한 스타였다.
그녀의 빛나는 연기는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음에 틀림없다. 우리에게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로 시선을 사로 잡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을지 몰라도 무려 데뷔 30년차의 배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크린 데뷔작을 촬영한 후에 몇 년간 필모그래피가 없었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성숙하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
예술 장르의 성격상 그 성숙의 과정을 오롯이 인정받거나, 댓가를 지불받아야 할 노동으로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기에 힘든 시간도 많았다는 그녀이지만 그 인고의 시간을 통과했기에 지금처럼 스타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딤프(DIMF) 사무국에서는 매년 치러지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축제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진행한다. 딤프 초창기부터 축제와 함께 이어오고 있는 'DIMF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과 올해로 6회를 맞는 청소년 뮤지컬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인 'DIMF 뮤지컬 스타' 그리고 동일하게 6기 교육생을 모집 중인 지역 최초의 뮤지컬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DIMF 뮤지컬아카데미'가 그것이다.
그중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연중사업으로 무려 8~9개월간 교육과정이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이며 전 과정이 무료로 진행되다보니 뮤지컬 창작자나 배우의 꿈을 지닌 전국의 인재들이 해마다 몰려들고 있다. 꿈은 있지만 꿈을 향해 가는 길을 모르는 젊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한국 창작뮤지컬의 발전과 지속 가능한 뮤지컬의 미래를 위한 길이다. 그 방향을 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딤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모두가 스타가 되어야 하는 것도, 스타가 되어야지만 성공한 인생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스타를 꿈 꿀 수는 있어야 한다. 이정은 배우의 시간에서도 볼 수 있듯 한명의 스타가 탄생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노력, 인내가 필요하다. 당장 몇 개월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 작가·작곡가로, 뮤지컬 배우로 혹은 그 이상의 것으로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이 묵묵히 뻗어 나아갈 예비 스타들의 도전이 기대되는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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