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대 정당이 ‘쓰레기’면 그 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무엇인가

입력 2020-04-13 06:30:00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총선 이슈를 덮어버리면서 정책 대결이 실종되고 대신 막말 경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래통합당에서 지역 비하와 세대 비하에 이어 성적 문란행위 묘사까지 나오더니 이젠 더불어민주당이 상대 정당을 '쓰레기' '토착 왜구'로 매도하고 나섰다. 저질 발언이라는 표현으로는 모라자는 '언어 폭력'이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12일 미래통합당을 겨냥해 "국민에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정당, 쓰레기 같은 정당, 쓰레기 같은 정치인"이라며 "저런 쓰레기들을 국민 여러분이 4월15일 심판하셔야 한다"고 했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쓸어버려야 한다는 독재적 발상이다. 이런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이른바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한다.

이해찬 대표의 막말도 막상막하다. 이 대표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번 선거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질문에 통합당을 "팔뚝에 문신을 새긴 조폭"에 비유하며 "천박하고 주책없는 당" "저열한 정당" "토착 왜구"라고 했다. 요약하자면 통합당은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때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더불어'도 없고 '민주'도 없다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백 부원장과 이 대표의 막말은 그런 비아냥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통합당이 '쓰레기'이고 '토착 왜구'이며 '저열한 정당'이라면 통합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무엇이냐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대답해야 한다. 그 국민도 '쓰레기'에다 '토착 왜구'이고 '저열한'(低劣漢)인가? 아니라고 부인해도 통합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모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등 통합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의 주민은 특히 그럴 것이다.

이런 막말을 함부로 뱉어내는 것은 그만큼 유권자와 국민을 우습게 안다는 얘기다. 유권자는 이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선거 국면임에도 이런데 선거가 끝나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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