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외면 속 한 달 다돼 가…부모 "그 누구의 사과도 대책도 없어"
"'코로나19' 의료공백으로 인한 비극"…시의회 찾아갔으나 답변은 "거절"
"3주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 변한 건 없네요."
경산의 17세 고등학생 정 군이 사망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당국의 외면 속에서 남은 유가족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과와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의 관심도 점점 식어가고 있다.
10일 오후 매일신문과 만난 정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이후를 돌이켜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 군과 같은 안타까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누구도 해주지 않았고, 제대로 된 대책도 없었다.
지난달 13일 오전 40℃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던 정 군은 어머니와 함께 경산중앙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진행했고 폐렴 소견이 나왔지만 "코로나19 양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병원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왔지만 열은 내리지 않았고 호흡곤란 증상까지 나타났다. 놀란 어머니는 정 군을 데리고 병원을 다시 찾았지만 돌아온 것은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울 거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이후 영남대병원에 입원한 정 군은 병세를 이기지 못하고 닷새 만에 숨졌다.
남은 가족은 정 군의 죽음에 대해 "감염병 사태 속에서 다른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대책이 없어 발생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 군의 가족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자 절박하게 뛰어다녔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 군의 아버지는 6일 정확한 사태 규명과 경산중앙병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자 경산시의회를 찾아갔다. 아버지의 호소에도 돌아온 답변은 "시 차원에서 도움을 주긴 힘들다"였다. 억울한 마음에 계속 따지니 시의회 측은 10일에야 "시의원들 의견을 모아 도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아들의 죽음 이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정 군의 아버지는 "누구도 사과하거나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대체 누구의 잘못으로 생때같은 막내아들을 보내야 했던 거냐"며 가슴을 쳤다.
당국의 사과와 진상 규명이 차일피일 늦춰지면서 남은 가족은 고통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 군의 부모는 "탁상 위에 놓인 아들 초상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는 게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하루에 열댓 번은 갑작스러운 울음을 터트린다. 아버지는 자다가도 답답한 기분이 들어 벌떡벌떡 일어나기 일쑤다. 이들은 한 가정이 파괴된 후유증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정 군의 가족은 의료공백으로 인한 아들의 죽음이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작정이다. 아버지는 "총선이 끝나고 아들의 사망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니 아들과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날 수도 있다. 의료공백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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