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다음 주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많은 미디어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여론조사는 전문기관이 시행한다. 하지만 나는 여론조사를 무시한다. 여론조사는 사람들에게 특정 정당 또는 후보를 지지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정직하게 응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 있다. 내가 A후보를 지지하더라도 B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할 수 있다. 내가 정직하게 응답할 이유는 없다. 어떤 조사기관은 응답자에게 약간의 보상을 한다. 나는 보상을 받고 정직하게 응답하지 않는다. 정직하게 응답할 이유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정직하게 응답하지 않는 것은 여론조사의 한계이다. 사람들의 생각이 드러나는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주가와 환율이다. 주가와 환율은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돈이 걸려 있다. 돈이 걸리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마키아벨리가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은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한다." 주가와 환율에는 사람들의 진의가 반영된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41.1%, 당시 주가지수와 환율은 2,286, 1천129원이었다. 2020년 2월 셋째 주 주가지수와 환율은 2,163, 1천212원이다. 주가와 환율 변화를 반영해서 추정한 2020년 2월 셋째 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38.6%이다. 반면, A조사기관이 발표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7.4%였다.
여론조사는 통계학이다. 통계학은 경제학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알기 위해 1천만 명을 조사하는 것은 통계학이 아니다. 1천 명 또는 5천 명을 조사해서 1천만 명의 생각을 추정하는 것이 통계학이다. 조사 대상자가 많으면 설문조사의 정확도가 높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표본(sample)이 작으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비용이 적게 든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여론조사의 목표이다.
정기적인 여론조사는 대체로 1천 명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이 경우 오차는 약 6%p이다. 여론조사에서 A후보의 지지율이 B후보보다 6%p 높아도 선거에서 B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표본이 2천400명이면 오차는 4%p로 감소한다. 오차를 1%p로 줄이려면 약 3만8천 명을 조사해야 한다. 매주 3만8천 명을 조사하면 조사기관은 파산한다. 1천 명을 조사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1천 명이면 충분한가? 20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자. 서울·경기·인천 132개 지역구 중에서 득표율 6%p 내에서 당락이 결정된 곳이 39개, 1%p 내에서 결정된 곳은 15개이다. 수도권의 경우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는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현행 여론조사는 표본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 2019년 11월 A조사기관이 시행한 여론조사의 응답자는 1천508명이다. 이 중 대구경북 응답자는 136명이다. 136명이 대구경북 여론을 대표하였다. 136명 중에서 나이가 60대 이상인 응답자는 50명, 30대 이하 여성은 6명에 불과하다. 다른 지역에 대한 표본도 이와 유사하다. A조사기관의 여론조사 10건에서 제주도·강원도의 40대 이하 응답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선거 결과를 예측할 때는 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모든 지역의 표를 합산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의 지역구는 실질적으로 하나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는 253개이다. 1만 명을 조사해도 지역구별 표본은 약 40명에 불과하다. 지역구별 표본이 1천 명이 되려면 25만3천 명을 조사해야 한다. 대다수 미디어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만을 발표한 이유도 돈 때문이다.
자칭 전문기관이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였다. 이는 분수를 모르는 것이다. 조사기관은 여론을 조사하는 기관이지 해석하는 기관이 아니다. 해석은 정치적인 행위이다. 해석은 미디어와 시민의 몫이다. 부정확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코미디이다. 허구와 상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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