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기고

전 세계가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집단 발병한 신종 폐렴인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지난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2월 18일 대구 31번 확진자의 등장으로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15일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이 자연재해가 아닌 전염병으로 특별재난지역이 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여파는 더 잔인하다. 대구 방문객이 끊기며 직격탄을 맞은 지역 관광업계, 호텔 숙박업도 최악의 체감 경기를 감내했다.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대구 지역 상가, 대형 상점, 백화점은 물론 주요 전통시장의 매출도 반 토막이 났다. 시민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문을 닫는 자영업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취약계층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웃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부닥친 어려움 속에서도 서둘러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을 되찾았다. 코로나 사태 극복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고 대구시와 남구청도 모든 행정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현재 확진자 증가세가 완연하게 꺾이는 상황에서 대구 시민이 보여준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과 정신적, 물질적인 지원에 다시 한번 감사하고 싶다.
시민들의 격려 편지와 지원품, 그리고 크고 작은 기업에서 보내온 각종 후원은 최일선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행정 인력들 모두에게 큰 힘이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었던 지난달 초 경기도 안산에서 온 소포 하나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마스크 25장과 함께 "구청장님이 흘린 눈물은 대구 시민의 눈물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눈물입니다"는 따뜻한 응원의 글이 적힌 편지를 아직 잊을 수 없다.
대구 8개 구·군 중 증가세가 가장 빨랐던 남구는 코로나19 극복에 사활을 걸었고 전 직원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불철주야 쉼 없이 달려왔다. 특히, 집단거주시설 검사 등 감염 확산을 위한 선제 대응은 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범적인 사례다. 재정자립도 9%, 열악한 남구청의 조건 속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아울러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경험이 앞으로의 행정 방향에 좋은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사스의 거대한 태풍 속에 휘말렸던 싱가포르는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국민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두 달여 만에 사스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시기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경제성장률도 이듬해 급속한 플러스 성장을 보였을 만큼 전염병 극복 후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불신과 분열이라는 것을 지난 몇 달 동안 명확히 경험했다. 그러나 대구 시민의 단결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면서 대구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확고히 했다. 코로나19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가 앞으로 대구가 더 단단해지는 초석이 됐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으로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다시 행정 당국과 대구 시민들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힘을 모아 국난을 해결하려고 했던 국채보상운동과 불의에 항거한 2·28 민주운동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코로나 사태의 조기 종식은 물론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닥칠지 모를 어떠한 위기도 지혜롭게 이겨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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