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소크라테스, 플라톤과 4·15 총선

입력 2020-04-06 18:00:00

김문환 역사 저널리스트
김문환 역사 저널리스트

코로나와 중세 페스트, 피렌체

대구경북을 비롯한 대한민국이 전례 없는 전염병 국면에 악전고투 중이다. 한국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미국이 25만 명을 넘어 가장 많지만, 사망자는 이탈리아가 1만4천 명을 넘어 제일 심하다. 지금부터 700여 년 전에도 그랬다. 흑사병 페스트는 칭기즈칸의 손자 바투가 흑해 연안 우크라이나에 세워 유럽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킵차크한국을 거쳐 서방 세계로 전파됐다. 1347년 이탈리아를 초토화시킨 뒤, 유럽과 지중해 전역을 휩쓸며 유럽 인구의 5분의 1을 집어삼켰다. 코로나 국면에서 최상의 전파 방지책은 자가 격리지만, 당시는 한적한 시골로의 이주였다. 그때 나온 근대문학의 효시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다. 지금도 피해가 큰 르네상스의 고장 피렌체 교외를 배경으로 한다.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의 소크라테스

피렌체에서 고속철도로 1시간 30분여 남쪽에 로마가 나온다. 1천 년 로마제국의 심장부이자 가톨릭의 구심점 바티칸이 자리한다. 시가지 한복판에 카피톨리니 언덕이 솟았다. 로마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전환한 B.C 509년 최고신 유피테르(주피터, 그리스의 제우스)에게 바친 신전, '카피톨리움'이 들어섰던 자리다. 공화정의 중심부 포럼이 내려다보이는 이 언덕에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카피톨리니 박물관이 탐방객을 맞는다. 교황 식스투스 4세가 1471년 그리스로마 조각을 기증한 이래 1734년 교황 클레멘트 12세가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서유럽 유수한 박물관 가운데, 그리스로마를 빛낸 인물의 두상을 가장 많이 전시한다. 역사책에서 이름으로 되뇌던 로마 공화정의 아버지 브루투스, 그리스 학문의 출발인 밀레토스 학파의 아낙시만드로스, 그리스 최초의 문학 작품 「일리아드」의 저자 호메로스, 소포클레스를 비롯한 B.C 5세기 3대 비극 작가…, 학문과 민주주의의 상징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두상도 감흥을 안긴다.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아테네의 소크라테스, '지행합일'

발길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살던 아테네로 옮겨 보자. 로마 카피톨리움의 모델은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파르테논 신전이었다. '아크로'는 '높다, 크다'이고 '폴리스'는 '도시'다. 그러니, 아크로폴리스는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 신의 영역으로 신전을 짓는다. 지금 보는 파르테논 신전은 B.C 480년 페르시아 전쟁 때 불탄 것을 B.C 438년 재건한 것이니, B.C 399년 사형당한 소크라테스도 매일 바라봤을 터이다. 파르테논 신전에서 서쪽 아래가 장도 서고, 정치 집회가 열리던 아고라다. 소크라테스가

플라톤
플라톤

시민과 제자들을 만나며 무엇이 '올바르게 사는 길'인지 문답을 통해 답을 찾던 곳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가 인류의 영원한 스승으로 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지행합일(知行合一)이 요즘 시국에 제일 먼저 떠오른다.

플라톤 "정치인은 극도로 검소해야"

소크라테스는 그럴듯한 말로 민중을 현혹하는 선동가(데마고그) 대신 능력을 보고 공직자를 뽑으라고 충고했다. 독재를 꿈꾸는 이들은 소크라테스를 미워했고, 결국 신에 대한 불경죄와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민회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도록 부추겼다. 제자들은 탈옥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소크라테스는 '탈옥'이라는 잘못된 일을 할 수 없다며 독배를 마셨다. 잘못된 일을 직접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간접적으로도 간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뿐 아니라 실천에 옮겼다. 지행합일의 숭고한 표상으로 인류사에 영원히 남은 거다. 제자 플라톤은 선동 정치가들에게 속은 시민들의 그릇된 결정으로 스승이 사형당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 어리석은 다수의 정치 '중우정치'(衆愚政治)를 경계하는 사상은 여기서 나온다. 정치란 이성을 갖추고, 극도로 검소하게 사는 철학 현인이 맡아야 한다는 '철인정치'(哲人政治)를 「국가론」에서 이상으로 내세운다. 플라톤의 국가론을 '정의에 대하여'라고도 부른다.

플라톤의 '중우정치' 벗어날 총선

4·15 총선이 눈앞이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으로 웅변했던 지행합일의 후보, 플라톤이 강조한 극도로 검소하며 정의를 세울 후보는 누구인가? 거꾸로 생각하면 쉽다. 스스로 말한 것과 반대로 행동하는 정당이 어디인지, 입으로만 정의와 공정을 외치며 뒤로 반칙과 돈벌이에 혈안이 된 세력이 어디인지. 지난 8월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 파동 이후 다 드러났으니 말이다. 2천400년 전 플라톤이 경계했던 중우정치를 벗어날 총선 뒤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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