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투병 내과의사 사망…아들도 '양성' 치료 중

입력 2020-04-03 17:49:31 수정 2020-04-04 05:13:47

국내 의사로는 첫 사례… "환자 진료 중 바이러스 감염"

16일 경북대병원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기 위해 호흡보조장치 착용한 채 내과 집중치료실에 들어간 간호사가 유리 칸막이에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매일신문 DB
16일 경북대병원에서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기 위해 호흡보조장치 착용한 채 내과 집중치료실에 들어간 간호사가 유리 칸막이에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매일신문 DB

코로나19에 감염된 의사가 16일간의 투병 중에 숨져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173명 중 의사로는 첫 사례다.

3일 경북대병원은 코로나19 중증응급의료센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 오던 내과 전문의 A씨(60)가 이날 오전 9시 52분 코로나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북대병원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몸에 이상 증세를 느껴 가족과 함께 경북대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검사를 요청했다. 병원 측은 검체 채취와 함께 X-레이 검사에서 양쪽 폐에서 폐렴 소견을 확인하고, 바로 입원 조치를 했다. A씨는 다음 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입원 초기부터 A씨의 폐렴 증세는 급속히 악화됐고, 지난 24일 자가 호흡이 힘들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했다. 또 평소 기저질환인 당뇨로 인한 신장 기능 저하로 혈액 투석 치료도 병행해 왔다. A씨는 심장 기능까지 나빠져 1일엔 심근경색이 와 스탠트 삽입 시술까지 했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마와 싸운지 보름만이다.

고인은 경북대 의대 52회(1978년 입학) 졸업생으로 경산지역에서 30년 가까이 병원 봉직의와 내과 개업의로 활동해 왔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A씨가 자신의 병원 환자 진료과정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월 26일과 29일 진료했던 환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A씨는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유석 경북도의사회 회장은 "고인은 조용한 성품으로 환자를 꼼꼼히 살펴 진료하는 분으로 평판이 자자했다"면서 "경산지역 감염이 만연한 상황에서 의사로서의 책무를 다하다가 돌아가셔서 비통한 심정"이라고 했다.

장 회장은 고인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산보건소의 요청으로 자가격리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전화 상담과 약 처방에도 힘써 왔다고 전했다.

한편 A씨의 아들(33)도 자가격리 중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의 증세는 비교적 경증으로 보훈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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