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주자…소득·재산 따지다 시간만 허비"

입력 2020-04-01 18:24:16 수정 2020-04-01 20:04:05

긴급재난지원금 불만 폭발…정부 '부자 지원' 피하기 고심
"미세한 차이로 국민 차별 우려"…'선 지급 후 회수' 주장 힘 얻어

대구 중구 대신지하상가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중구 대신지하상가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부가 소득하위 70%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한 이후 선별 기준을 둘러싼 논란과 배제된 상위 30%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 국민을 소득으로 줄 세워 하위 70%를 선별하는 이 방식은 과거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수밖에 없어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다, 선별에 따른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 보편 후 선별 회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단 빠른 지급을 위해 전 국민에게 똑같이 재난지원금을 나눠준 후, 소득 회복 추이에 따라 많이 번 이들에게는 세금 형식으로 추가로 거둬들이자는 취지다.

◆건보료+컷오프 기준 나오나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두고 국민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면서 정부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도 함께 반영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건강보험료 납입액을 바탕으로 소득 하위 70%를 선정하되 일각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자 지원'을 피하기 위해 일종의 '컷오프(대상에서 배제)'를 함께 적용해 총재산이 5억~6억원을 넘는 자산가는 제외하는 방향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료는 직장 가입자의 경우 근로·사업·배당·이자·연금 등 소득만 따지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함께 토지와 주택, 자동차, 전세·전월세 등의 소득환산액도 반영해 부과한다.

복지부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안내를 보면, 올해 기준 중위소득 150% 가구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본인부담료·노인장기요양보험 제외)는 ▷1인가구 8만8344원 ▷2인가구 15만25원 ▷3인가구 19만5200원 ▷4인가구 23만7652원이다.

하지만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을 제외한 부동산과 승용차 정보는 없다보니 이를 보완하기 위해 5억~6억 정도의 컷오프 재산 기준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차별없이 지급하고 나중에 선별 회수하자

정부의 이런 절충안에도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단기간만에 발생한 소득 상실을 보전하지 못한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정부 예산은 예산대로 들면서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는 혜택을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한 소득 차이에 따라 전액지급 또는 미수령이 나누어 지는 '문턱효과'에 대한 우려도 높다.

이 때문에 전 국민에게 차별없이 지급한 뒤 세금을 통해 선별적으로 회수하는 '선 보편 후 선별 회수'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은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최선의 대안은 있다'는 언론 기고를 통해 주민등록이 있는 모든 신청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한 뒤 내년 1월 연말정산이나 5월 소득세에 '특별부가세(surcharge)'를 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유 원장은 "큰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 고소득층은 신청하면 손해가 되니 자연스럽게 신청을 안 하게 될 것이고, 과거 소득이 높았더라도 당장 생활이 어려워졌으면 지원금을 신청해서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논란을 낳은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지급시기도 앞당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소득 하위 90%를 대상으로 했던 아동수당의 경우 첫 해 행정비용이 1천600억 원이 소요되면서 결국 보편 지급으로 바꿨다.

◆받고 세금내거나 기부하겠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런 방안이 알려지면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형평성 논란을 피하고 사각지대를 방지할 수 있는데다, 시급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1인 가구인데다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는 대기업 직장인 A(42)씨는 "몇 십 만원에 가계 재정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중산층 이상 경우, '가욋돈'인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씀씀이가 커져 소비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혼 직장인 B(32)씨 역시 "이것저것 눈치보느라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차별없이 지급하고 나중에 환수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고 했다.

의사 C(50)씨는 "고소득자라고 마냥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금만 내고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어차피 많이 낼 세금, 어려울 때 잠시나마 국가의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면서 "주변에는 차라리 이 돈 받아 기부하겠다는 의사 동료들도 많다"고 했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대구의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만큼 '속도'에 방점을 뒀다. 그는 "전국적으로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대구경북은 이미 정부에서 별도의 추경을 받아놓은 만큼 빠르게 지급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한다"며 "'재난극복수당' 개념의, 전 국민에 직접 지원을 실행하는 경기부양 대책도 지역 차원에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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