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인디음악 웹진 '빅나인고고클럽' 고창일 편집장·조은별 에디터
펀딩 통해 '대구인디덕질보고서' 발간…공연 취소에도 환불 아무도 안해
"모든 것이 올 스톱된 상황이에요. 동성로나 수성못, 서문야시장 등에서 진행되던 버스킹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대구시나 정부에서 지역 인디음악인을 지원하는 사업들도 모두 진행이 되지 않고 있거든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고통은 대구지역 대중문화계도 피해갈 수 없었다. 대구의 인디음악을 다루고 있는 웹진인 '빅나인고고클럽'의 고창일 편집장과 조은별 에디터는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가는 대구지역의 인디음악 씬의 현재 상태를 이같이 묘사했다.
'빅나인고고클럽'은 지난 1년간 대구 인디음악인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만든 '대구인디덕질보고서'를 내면서 3월 1일 열기로 했던 출간 기념공연을 취소했다.
'빅나인고고클럽(https://bigninegogoclub.tistory.com/)'은 지역 인디음악을 리뷰하는 유일하다시피한 음악웹진이다. 고 편집장과 조 에디터를 포함한 14명의 필진들이 대구지역 인디음악인들의 음악에 대한 평론과 음악인 인터뷰 등을 기사로 만들어낸다. 필진들이 대구 인디음악인과 진행한 인터뷰와 싱글 리뷰 등을 담아 지난 2월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대구인디덕질보고서'다.
'대구인디덕질보고서'를 낸 '빅나인고고클럽'의 고 편집장과 조 에디터를 통해 코로나19가 대구 인디음악 씬에 어떤 고통을 주는지부터 책을 만들게 된 계기 등을 들을 수 있었다.
◆ "모든 것이 멈춰버렸어요"
'코로나19로 인한 대구 인디음악 씬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조 에디터는 "모든 것이 올 스톱된 상황"이라는 한 마디 말로 정리했다. 일단 관객들을 직접 만나지 못해 생기는 고통이 크다고 말한다. 비록 유튜브를 통한 '인터넷 버스킹'을 하는 밴드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을 직접 만나지 못한다'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올해처럼 인디음악 씬의 활동이 멈춰버리면 이 씬으로 새로운 음악이 들어오는 것 또한 멈춰버린다는 말이거든요. 이 상황이 길어지면 대구 인디음악의 생태계가 사라질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고창일 편집장)
"전업 뮤지션이 아니더라도 가뜩이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뮤지션들이 많거든요. 지금 다 힘든 것 같아요. 음악적인 수입도 줄었고, 현업에 있는 분들도 수입이 줄거나 해고되거나 하는 위기상황이라 집에서 데모테이프 만들면서 버티는 분들이 많죠"(조은별 에디터)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도 대구지역 인디음악인들은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에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보다 지역 인디음악인들이 자신의 음악을 알릴 공간은 훨씬 줄어 있다. 두 사람은 한때 인터넷에 돌았던 사진 하나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랑 대구 인디밴드들이 주로 공연하는 클럽이 정비를 위해 문을 닫았을 때가 겹쳤어요. 그러다보니 당장은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인디밴드들이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죠. 어차피 코로나19 때문에라도 클럽이 문을 닫았을 테니 앞서 보여드린 사진과 똑같은 상황이 펼쳐졌겠죠"(조은별 에디터)
이처럼 대구지역 인디밴드의 둥지와 같았던 클럽 '헤비'와 '레드재플린'이 각각 재정비에 들어갔고 코로나19 유행까지 겹치면서 대구 인디음악을 알릴 수 있는 자리는 좁아져 있는 상태다.
고창일 편집장은 "이 상황이 장기화됐을 때 두렵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고, 다시 음악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사람들의 관심이 유행 이전만큼이라도 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는 것.
"이제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대구문화재단이라던가 대구시 같은 곳에서 시뮬레이션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공연이 진행되기 시작할 때 어떻게 붐업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창일 편집장)

◆ 환불 약속했지만 아무도 신청 안해
'대구인디덕질보고서'는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구지회(대구민예총)의 대구 자립예술펀딩매거진 '구르는 종이'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고 편집장은 책을 내게 된 계기로 '주변의 권유'를 들었다.
"웹진을 만들면서 콘텐츠가 쌓이잖아요. 그 콘텐츠를 어떻게 묶어낼까 고민하던 와중에 주변에서 '책 한 번 내보라'는 성원과 권유가 많았어요. 그래서 대구민예총이 '구르는 종이' 사업에 도전해보라고 말씀하셔서 시도하게 됐죠. 그러면서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게 됐죠"(고창일 편집장)
이 책이 나오는 데에는 대구민예총 뿐만 아니라 소셜 펀딩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한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 대구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인디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텀블벅을 통해 책의 발간을 지원했다. 3월 1일에 하려던 공연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었기에 고 편집장과 조 에디터는 공연이 취소된 데 많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목표액의 100%를 겨우 채웠을 때 코로나19가 터지기 시작했고 결국 발간 공연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어요. 펀딩할 때 공연 티켓이 포함된 패키지가 있어서 그 금액을 환불해드리면 목표액에 미달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놀란 건 아무도 환불 신청을 하지 않으셨어요."(조은별 에디터)
"공연 티켓 포함된 패키지로 펀딩하신 분들에 대해서 수정도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대로 유지를 하셔서 놀랐습니다. 이건 일종의 '지지'였다고 생각해요"(고창일 편집장)
고 편집장과 조 에디터는 "인디음악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의 지원 덕분에 몇 번 '엎어질'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구인디덕질보고서'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책'이라는 매개체가 대구의 인디음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빅나인고고클럽이 만든 '대구인디덕질보고서'는 대구 독립출판서점 '더 폴락'에서 만나볼 수 있다.
'빅나인고고클럽'과 '대구인디덕질보고서'가 지향하는 지점은 대구의 인디음악을 지역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과 음악뿐만 아니라 독립문화의 전반을 아우르는 매개체가 되고자 하는 것도 있다.
고 편집장은 "웹진을 꾸리고 책을 만들면서 독립문화 각 영역에 대한 연대와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이 책이 세대와 문화적 분야를 넘어서는 독립문화의 확장을 시작하는 지점으로써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대구인디덕질보고서'가 소개한 대구지역 인디음악인들(사진과 소개글은 빅나인고고클럽 제공)
1. 옥민과 땡여사

싱어송라이터 김빛옥민과 아쟁연주자 땡여사의 실험공연기획 프로젝트 듀오 '옥민과 땡여사'. 대구를 기반으로 각자 활동을 이어오던 중 2017년 결성되었으며, 2018 EBS 헬로루키 with KOCCA 상반기 팀으로 선정되었다. 중저음의 전통 국악기 대아쟁과 서양의 통기타 그리고 김빛옥민의 음색이 만드는 콜라보는 기존 김빛옥민 곡에 땡여사가 아쟁을 더함으로써 감정선을 한층 더 부각시킨 음악을 만들어낸다.
2. 혼즈(Hon'z)

보컬 홍시은, 기타 이진석, 베이스 문설, 드럼 김평곤으로 이루어진 4인조 록 밴드. 지난해 첫 번째 앨범 'PEOPLE VOL.1'을 통해 데뷔했다.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만큼 대중적인 분위기까지 겸비한 밴드'로 평가받고 있다.
3. 이글루(Igloo)

'이글루'는 키보드 조혜정, 보컬과 기타 장영은, 드럼 이왕동, 베이스 김예지로 이뤄진 팝 모던락 밴드다. 이들은 차가운 세상 속에서 언제든 들어와 편히 쉴 수 있는 따뜻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4. 폴립(Polyp)

드럼의 전성현과 기타와 보컬을 맡은 안현우로 이뤄진 2인 밴드. 사람이라면 누구나 흔하게 느낄 만한 음울한 감성을 특유의 세련된 송라이팅으로 풀어내는 팀이다. 현재 뉴트로(New-tro) 열풍이라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팀이며, 이들의 뉴트로 감성은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운 감정을 곱씹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5. 오늘도무사히

대구에서 포크음악을 좋아하고 한국 인디 포크씬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아티스트. 버스킹으로 시작한 음악이 교사를 꿈꾸던 그의 진로를 바꾸었다.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부드러운 연주에 느린 전개지만 날선 냉소로 풀어내는 뮤지션이다.
6. 스카레톤(Skalaton)

허영민(보컬·기타), 이동건(보컬), 조은별(오르간) 3명이 결성한 스카펑크 밴드. 한국에서 스카펑크는 "레이지본(Lazybone)"과 같은 밴드를 통해 알려졌는데, 이들을 동경하던 대구의 젊은이들이 뭉쳐 만든 밴다. 첫 앨범 'Friendship'은 스카펑크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재미를 주는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7. 탐쓴(Tomsson)

현재 대구를 대표하는 가장 '핫'한 래퍼. '쿨하고 강한' 이미지의 힙합이 아닌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절절하게 꺼내는 래퍼로 알려져 있다. '탐쓴'이라는 예명은 영화 '대부'에도 나왔던 '톰슨 기관단총'에서 따 왔다고.
8. 김빛옥민

'옥민과 땡여사'의 옥민이다. 음반 이름인 『방구석 실험기』는 그녀가 앨범에 담고자 했던 태도인 DIY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방구석 현실을 자유로운 사유와 상상의 세계로 끌고 가며 앨범을 관통하는 굵직한 주제 의식은 오늘도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모두의 공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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