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들의 정보와 내용을 주위에 전달해 주세요.'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경북 울진에서 SNS를 타고 전파되는 어느 확진자 가족의 외침이 황량한 봄날을 울린다. 이 가족은 자신들 때문에 청정 울진이 코로나에 뚫렸다며 SNS에 애타는 글을 올렸다. 가게 이름과 동선까지 명확히 밝혔다. 혹시 모를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였다. 글의 작성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프랑스 유학생의 부모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이던 딸이 귀국했지만 얼굴도 마주치지 않았다. 자택 2층에서 두문불출하게 했다. 생필품도 미리 방에 챙겨뒀다. 영상통화로만 대화를 나눴다. 검체 채취를 위해 보건소로 갈 때는 배웅도 하지 않았다. "사람 없는 길로 돌아가라"는 당부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확진 판정을 받자 서둘러 가게를 휴업하고 글을 올린 것이다. 코로나 감염 증상에도 무리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가 전국적인 비난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 강남의 유학생 모녀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대구경북은 이번 코로나 사태의 최대 피해 지역이다. 신천지발 전염병 공포 속에서 외부로부터 바이러스 취급을 받으며 정치권의 온갖 비하와 망발을 감수해야 했다.
코로나 폭증세가 한창이던 3월 초순경 조심스럽게 대구를 찾은 외신 기자와 서울 지역 언론인의 눈에 비친 대구의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아비규환은 없었다. 사재기도 없었다. 절제된 모습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랬다. 일부 종교 집단의 망동과 취약시설의 무더기 감염으로 혼란을 겪었을 뿐 눈에 띄는 일탈도 없었고 드러난 소란도 없었다.
방역 당국의 갈팡질팡과 우왕좌왕이 있었지, 시도민 사회는 흔들리지 않았다. 외신과 외지 언론의 '대구경북의 품격'이란 찬사에도 들뜨지 않았다.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물리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상흔까지 가슴에 묻고 살지만, 대구경북은 그렇게 코로나의 파고를 넘을 것이다. 사상 초유의 전염병 대란을 의연하게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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