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이라는 병명이 있다. 부푼 꿈을 안고 찾은 '낭만의 도시' 파리의 실제 모습이 너무 더럽고 사람들이 불친절해 정신적 균형 감각이 붕괴되고 우울증에 가까운 증세를 겪는 것을 말한다. 해마다 10명 이상의 일본 여성이 이 증후군에 걸리는 바람에 프랑스 주재 일본 대사관이 24시간 핫라인을 열어두고 의료진을 대기시킨다고 하니 호사가들이 웃자고 하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구미 각국의 대응을 보니 소위 '선진국'에 대한 환상이 파리 증후군 앓듯 깨질 지경이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가 실은 '코로나바이러스는 프랑스의 퇴보를 보여준다'는 칼럼을 보자. 내용은 대충 이렇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프랑스 사회의 전략적 취약함을 보여준다. 왜 우리는 한국처럼 방역하지 못하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은 오늘날 선진국이다. 반대로 프랑스는 더 이상 아니다. GDP의 환상을 걷어내면 우리는 사실 더 가난해졌다.'
수천 년간 전염병과 전쟁을 치르면서 인류는 많은 지식과 대응 매뉴얼을 축적해 놓은 것 같지만 요즘 상황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최소 5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100년 전 스페인독감의 전철은 차치하고서라도 올 들어 중국과 한국이 겪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지고 봤다.
치사율이 낮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독감보다 치사율이 좀 높다는데 난리법석 떨 이유 있나?' 인류의 60~70%가 감염되면 '집단면역'이 생길 것이라는 위정자도 있었다. 말이야 맞다. 하지만 이보다 잔인한 발상도 없다. 집단면역을 믿고 세계가 바이러스 방역에 완전히 손을 놓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세계 인구의 70%인 50억 명이 감염되고 치사율이 5%라면 사망자만 2억5천만 명이다. 노령자와 기저질환자들이 주로 희생될 텐데 이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다. 인류는 이런 재난을 감당할 수 있는가?
GDP가 높다 한들 사람 생명 귀히 여기지 않으면 야만 사회다. 늦었지만 선진국들이 한국식 방역 모델을 앞다퉈 도입해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인류가 힘을 모아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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