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85년부터 92년까지 경북의대를 다닌 김흥규입니다. 교정이나 병원에서 우연히 스쳤거나 5월의 축제를 함께 즐겼을 거라는 생각에, 직접 인사드리지 못하였으나, 동문의 인연으로 선배님께 짧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2020년 1, 2, 3월은 날짜를 세는 것이 아니라 COVID19 확진자를 세며 지내는 중이고, 대구에서 확진자가 집중되어 시민들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헤매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중입니다.
저는 대구에서 모 종교의 신자들로부터 수천명의 COVID19 확진자가 발견되었을 때, 고향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안타까웠지만, 다행히 대구는 현대의학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고 최상급의 의학교육과 진료능력을 갖춘 4개 의과대학이 있고 1980년대부터 많은 수로 배출된 의학자들이 수만명이며 대구에 6000명 가까운 의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모 종교와 연관되어 대구에 대한 지역혐오가 조장되었으나 중앙정부가 이에 대처하지 못하는 등, 지원과 감독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대구시의사회, 예방의학회, 지자체(대구의료원)와 5개 상급종합병원(경북대병원, 영남대의료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의료원, 파티마의료원)은 경북의 환자까지 수용하며 70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의사회가 중앙정부나 지자체보다 먼저 지역의 의사들에게 호소하며 자원봉사를 조직하고 이에 고향을 떠났던 의사들과 다른 지역 출신의 의사들이 대구로 찾아와 자원봉사가 COVID19 방역의 중심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에서 COVID19가 폭발적으로 나타났을 때, 전 세계에서는 한국을 'COVID19를 겪는 최악의 국가'로 말했으나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한 것이 수습의 실패로 되지 않았고 COVID19의 확진자가 감소하고 대구 주변으로 확대되는 것이 지체된 후에는, 한국이 'COVID19방역의 최고 모범국가'라고 평가하는 빅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앙정부와 정치인들은 대구에서 이루어 낸 성과가 마치 그들의 역량으로 한 것처럼 사방으로 선전하였고 대구에 대한 지역혐오가 만연한 것은 여전하였고 '대구'라는 단어를 말하는 게 부끄럽도록 여론을 조장하거나 방치하였습니다.
한국에서 검사가 많았던 것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고 외국 COVID19 대응의료팀이 한국의 사례를 분석하였으며, 대구에서 매일 수천건의 검사가 확진자로 진단될 때, 5개 상급종합병원에서 450명의 자원봉사한 은퇴의사들이 검진하고 임상병리사들이 24시간 검사했다는 것을 전세계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가의 희생과 전문가들이 내놓은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캠페인을 시민들이 일상활동을 포기하며 지킴으로써, COVID19 폭발이 수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낙동강전선'을 대구에서 버텨낸 것 같은 상황입니다. 1950년에는 목숨을 던져 낙동강전선을 지켰으나 2020년에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문가들이 희생하고 가용할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였고 시민들은 불안하지만 동요하지 않음으로써 사태를 수습했습니다.
현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동산동)에 COVID19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중환자의학회'의 자원봉사 의사와 간호사들이 곧 본래 근무하던 직장으로 복귀할 시점이 다가왔고 대구 전지역 70여명의 중환자들이 매우 위중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염려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전국 일간지의 'TK 코로나 중환자 치료 사실상 마비'라는 기사에 대해 대구의 각 대학병원에서 의견을 내셨고 매일신문을 통해 선배님(경북대병원 정호영 병원장)께서 "대구 전체 음압병상 108개 중 여유 병상이 다수 있고, 병원마다 에크모 및 인공호흡기도 여분이 있다"며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것을 읽었습니다.
제가 그동안의 상황을 직접 겪은 바가 없으나 정확한 소식을 알아내려고 애쓰고 살펴본 바가 있어서,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선배님의 말씀은 맞는 점과 틀린 점도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대구에서 COVID19확진자가 폭발하기 전에 한국의 치사율은 2.6%였는데, 1.4%로 낮아진 것은, 대부분의 중환자가 대구에서 치료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5개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과 동산병원의 중환자실이 매우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COVID19의 치료제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치사율을 1.4%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
동산병원에 중환자의학회 소속 전문의 6명과 간호사 11명이 20병상 규모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하는데, 현재 COVID19의 한국의 치사율이 1.4%인 점을 감안하면 20병상은 거의 2000명 이상의 확진자로부터 발생하는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만약 20병상이 없어진다면 치사율은 얼마간 올라갈 것이고 2000명 이상의 확진자 중에서 일부의 중환자가 발생하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태가 됩니다.
더구나 중환자는 신규확진자의 숫자보다는 나이와 기저질환의 유무에 따라 발생하므로 요양시설 또는 최악의 경우에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계속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환자병상은 더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와 대구시가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중환자의학회의 일부에서 '대구동산병원이 무너진다'는 표현으로 다급함을 말하며 그 여파가 5개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예상하여 "대구의 COVID19 중환자 진료체계가 위태롭게 된다"고 말한 듯 싶습니다.
그들이 우려한 것은 동산병원의 20병상이 없어지는 것이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고 치사율이 높아지고 5개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이 한계에 부딪히고, 그 상황에서 의사가 중환자에게 집중되면 다른 질환의 환자가 악화됨을 경고하여 정부와 대구시를 일깨워주려고 했을 것입니다. 서로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지금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포기했기 때문에 COVID19가 주춤한 것일 뿐, '전문의료인의 자원봉사, 임상병리사의 24시간 검사,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피로현상이 발생하면 다시 COVID19 확진자가 증가하고 한국의 의료시스템의 대응능력의 실상이 드러납니다.
선배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대구를 제외한 한국의 전 지역은 대구 만큼의 의료인프라가 없습니다. 서울의 의과대학, 상급종합병원이 대구보다 3~4곳이 많은데 인구는 5배입니다. 치사율이 낮아진 것에 대구의 중환자실이 기여한 바가 크다면, 다수의 중환자들을 대구에서 수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의료인격자'가 따라야 할 진정한 '의학의 道'가 아니겠습니까?
이 COVID19의 시련이 얼마나 더 악화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데, 한국에서 믿을 것은 정부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과 의료전문가라는 것은 이제 분명해졌습니다.
공손하지 않은 글을 지면으로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동문을 위시한 의사와 간호사 등의 연대와 결의를 잘 유지하여 이 상황을 극복하는 중심체로서 대구의 능력을 잘 이끌어주십시오. 건강히 훌륭한 역할을 유지해주실 것을 온 국민과 함께 믿겠습니다.
김흥규 씨앤앰 바이오(C&M Bio) 이사 겸 의학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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