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코로나19에 한국 '적극 검사' vs 일본 '소극 검사' 주목

입력 2020-03-30 10:44:03

한국과 일본의 서로 다른 진단방식 조명…"미국 등, 선택 직면"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일본은 집중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한국은 대량 검사를 실시한다. 미국은 선택에 직면했다'(Japan uses targeted coronavirus testing; South Korea goes big. The U.S. faces a choice)는 기사를 보도했다. WP 갈무리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대량 검사방식과 일본의 소량 검사방식을 비교하며 "코로나19와 싸우는 미국 등 여러 국가들이 두 국가 방식 가운데 선택해야 할 때"라고 보도했다.

WP는 29일(현지시간) '일본은 집중된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한국은 대량 검사를 실시한다. 미국은 선택을 앞뒀다'(Japan uses targeted coronavirus testing; South Korea goes big. The U.S. faces a choice)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

30일 한국시간 오전 9시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천583명, 사망자는 152명이다. 반면 일본의 확진자는 1천866명, 사망자는 54명으로 모두 한국보다 적다. 여기에는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발생한 확진자 712명이 빠져있다.

WP는 이날까지 인구 5천만여 명인 한국은 39만4천명 이상을 검사했고, 인구가 2배 많은 일본은 2만8천여명을 대상으로 4만8천여 건 검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WP는 수치만 보면 일본의 코로나19 타격이 한국보다 적어 보이지만, 일본 내부에선 최근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미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는 시험 능력 확대에 실패한 초기 몇 주 동안 비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채 의도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적게 나온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노인이 아닌 환자들이 나흘 간 열이 지속하지 않으면 병원을 찾지 말라고 권한다. 이후 의사 요청에 따라서만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극복하고 2020 도쿄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극복하고 2020 도쿄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그러나 일본의사회는 지난 18일 의사가 코로나19 검사를 권했어도 보건소가 거부하는 사례가 290건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전문가그룹에 속한 오시타니 히토시(押谷仁) 도호쿠(東北)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많이 아픈 게 아니라면 보건시설에 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에 걸린 모든 사람을 발견하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상태가 위중한 이들에게 더 집중해야 하고, 검사를 받으려 사람들이 모여든 곳에서 기다리는 일이 더 위험할 수 있으니 경증 환자는 집에서 회복하라는 취지다.

일본 정부는 또 정확도가 떨어지는 코로나19 검사를 하느니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

이에 WP는 일본 의료정책연구소(Medical Governance Research Institute)의 마사히로 카미 발언을 인용, "테스트가 부족하자 코로나19 감염 정도에 따라 정부가 어둠에 빠져 버렸다. 이는 사람들을 잘못된 방역 감각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국은 진단검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공공 보건소는 물론 정부 지정 민간병원에서도 누구나 검사받을 수 있으며 차에 탄 채로 검체를 채취하는 차량 이동형(드라이브 스루) 검사도 도입했다.

외국발 코로나19 유입이 증가하자 정부는 인천공항에 입국자를 재빨리 검사할 수 있도록 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 스루)도 설치했다.

코로나19 경증환자를 격리하고,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일을 막으려 400여 곳에서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머무는 경증 환자들은 체온, 혈압 등 건강 정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입력해 정부에 보고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는 "적절한 진단은 환자가 예방조치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환자 동선을 추적하고 기록하는 게 의료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환자들을 방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WP는 양국의 대응법에 대해 "한국은 초기에 확진자 수가 급증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신규 확진 속도를 현저히 늦췄고, 일본은 지금까지 잘 통제해왔지만 지난 며칠간 새로운 감염사례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29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일일 확진자가 10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NHK 방송, 요미우리(讀賣)신문,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은 최소 200명 이상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으며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국민 개그맨 시무라 켄(70)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해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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