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N번방 유료회원도 공동정범 처벌 가능"

입력 2020-03-29 14:09:00

"종범 내지 공동정범"…범죄단체조직죄 적용 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수위 올라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n번방 전원처벌 국회입법 촉구 민중당 국회 포위 정당연설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미성년자 등 여성에 대한 불법 성 착취 영상물을 공유한 'N번방' 사건에 대해 해당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한 참가자를 모두 처벌하라는 국민 요구가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합니다'는 29일 오후 현재 200만명 동의를 받기 직전이다.

국내 법조계는 N번방 등 불법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에 돈을 내고 입장했다면, 조주빈(24) 등 주동자들 범죄를 방조한 것으로 보고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형법 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판례에서 형법상 방조 행위란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것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쉽도록 하는 직·간접 모든 행위를 이른다. 정범이 범행 결의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 무형적·정신적 방조 행위를 한 인물도 종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핵심은 N번방 참가자들이 조씨의 범행을 쉽도록 했는지 여부다. 조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방에 등급별로 수십만원에서 150만원 상당 '입장비'를 내도록 하고 참가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가 불법 성 착취물을 촬영해 유포하는 것을 알고도 대화방에 입장했다면 참가자들 모두가 조씨의 범행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서울 서초동 한 변호사는 "N번방 참가자들이 입장비를 내고 대화방에 들어가면서 자신이 낸 돈이 어떤 범행에 쓰일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면 조주빈의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조씨가 회원을 모집하며 '맞춤형 성 착취'가 가능하다고 홍보한 점, 참가자들이 실제로 조씨에게 구체적인 성 착취물 제작 방향을 요청한 점을 들어 참가자 전원을 '종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돈을 내고서 성 착취물 제작을 의뢰한 주문자이자 소비자라는 이유다.

'텔레그램 성 착취 대응 공동대책위원회'는 "후원자들은 상당한 자금을 제공하고, 성 착취 영상물을 시청함으로써 조씨의 제작 행위를 지지하고 의견을 표출했다"며 "정범과 동일하게 처벌받는 공동정범"이라고 주장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주최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주최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앞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 브리핑에서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조씨 등이 범죄단체 조직죄를 받는다면 참가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조직한 경우'에 성립한다. 유죄가 인정되면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목적한 범죄의 형량에 준해 처벌할 수 있다.

조씨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을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다고 판단되면 실제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조직원 모두를 해당 범죄의 최대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배포의 최대 형량은 무기징역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N번방이 범죄단체로 인정되면 대화방에 성 착취물 등을 직접 게시하거나 배포하지 않고 조직에 들어 활동한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다. 조씨 등의 죄가 인정되면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같은 형량으로 처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 대응 방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 대응 방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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