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굴욕…통합당 막장 공천 '희생양', 두 번이나 경선

입력 2020-03-26 18:34:32 수정 2020-03-26 20:49:20

"보수결집·세대교체 성공? 이런식이면 또다시 참패"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년 고도 경주가 미래통합당의 4·15 총선 출마 후보 결정 과정에서 갖은 수모를 당했다.

최고위원회의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선거구 민심은 안중에도 없는 기 싸움을 벌이며 호떡 뒤집듯 공천 결정을 번복하는 등 주민들의 자긍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보수결집, 세대교체, 시스템·혁신공천' 등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이번 공천의 성과라고 자랑한 내용 가운데 어느 하나도 경주에선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26일 지역에선 이번 총선 통합당 공천과 관련한 두 번째 경선이 치러졌다. 기존 경선 승자로는 '본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당 최고위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애초 공천에서 컷오프됐던 현역 의원과 첫 번째 경선에서 패배한 예비후보가 공천권을 두고 일전을 치르는 이상한 경선이 벌어진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선 '보다 보다 이런 막장 공천은 처음'이라는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지역 사회에서 첫 번째 경선에 나선 두 예비후보의 도덕성 문제 등을 지적할 때는 귓등으로 흘리더니 경선 결과가 발표 난 이후에 다시 도덕성 문제로 후보를 내치는 상식 이하의 결정을 했다"며 "경선 승자와 당 대표 측근이 공관위와 최고위 논의 과정에서 물고 뜯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그 와중에 세대교체를 이유로 컷오프됐던 현역 의원이 기사회생하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통합당 공관위는 지난 6일 경주를 2인 경선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현역 의원을 제치고 경선티켓을 거머쥔 두 예비후보를 둘러싼 구설이 이어졌다. 하지만 공관위는 대수롭지 않다며 19일 경선을 강행했고 박병훈 예비후보가 승리했다.

그런데 경선 승자에 대한 최고위 의결이 늦어지더니 25일 오전 박 예비후보의 본선경쟁력 취약을 이유로 공천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 오후 공관위는 최고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워 경선 차점자인 김원길 예비후보를 공천자로 확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 대표 측근 내리꽂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예비후보와 황 대표가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당 안팎의 반발에 최고위는 25일 심야 경선실시라는 급처방을 내렸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당의 공천 헛발질에 무소속 후보만 늘어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통합당의 막장 공천 탓에 4년 전 총선에서의 참패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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