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핫플] '포항남울릉'…보수 분열로 與 반사이익?

입력 2020-03-26 18:23:43 수정 2020-03-26 21:02:17

허대만…우리동네 공약 영상 소개, 김병욱…40대 직장인 캐릭터 부각
박승호…지역 맛집 콘텐츠로 접근

26일 경북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4·15 총선 포항 남구·울릉 선거구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무소속 박승호, 더불어민주당 허대만, 미래통합당 김병욱 후보. 연합뉴스
26일 경북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4·15 총선 포항 남구·울릉 선거구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모여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무소속 박승호, 더불어민주당 허대만, 미래통합당 김병욱 후보.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포항, 그중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이 6선 국회의원을 할 정도로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한 포항남울릉 선거구가 4·15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텃밭인 이곳에서 미래통합당의 선수로 정치 신인 김병욱 후보가 최종 결정됐고, 26일엔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등 보수 후보가 분열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2년 전 포항시장 선거에서 진보 진영으로서는 고무적인 42.41% 득표율을 보인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선거운동 격전장 된 SNS

24일 오후 1시 30분쯤 포항 남부전통시장 인근에서 만난 지모(34) 씨는 "여태껏 본 선거 중 가장 이상한 선거"라고 했다. 지씨는 "아침 출근 시간에 형산로터리에서 후보들이 인사하는 모습 외에는 선거운동 하는 모습을 도통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허 후보도 "과거 같으면 지금쯤 피부가 새까맣게 타야 하는데 못 움직이니까 살이 쪄 버렸다"고 했고, 박승호 후보도 "과거에는 점심 먹고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이번에는 각종 모임도 취소되고 식당도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통에 오후 시간이 여유로운 상황이 돼버렸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유권자를 향해 '제가 꽤 괜찮은 상품입니다'라고 홍보하길 멈춘 것은 아니다. 전장이 옮겨갔을 뿐이다. 이들은 SNS와 개인방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포항남울릉 국회의원 후보가 24일 오전 포항 남구 호동에 있는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이 지역 관련 공약 소개 동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허대만 후보 제공
허대만 더불어민주당 포항남울릉 국회의원 후보가 24일 오전 포항 남구 호동에 있는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이 지역 관련 공약 소개 동영상을 촬영하는 모습. 허대만 후보 제공

허 후보는 24일 오전 10시쯤 포항 남구 호동에 있는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공약 소개 동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앞으로도 동별로 다니며 '우리 동네 공약'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촬영, 직접 해당 동네 지인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배포할 계획이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유튜브에 가수 영탁의 노래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정권 비판 내용으로 개사한 노래를 부르는 '뮤직비디오' 형식 동영상을 공개하며 보수 후보 선명성을 보이는 데 주력했다. 이튿날에는 배우자가 태어난 지 5개월 된 셋째 딸과 함께 출연한 영상과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연일읍 중명리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상 등을 올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3남매를 기르는 평범한 40대 직장인(보좌관)' 캐릭터를 부각하며 유권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정치 신인이기에 자꾸 얼굴 비치고 육성으로 제가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를 진솔하게 들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흔히 조직 선거를 많이 말씀하시는데 신인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대신 콘텐츠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후보 역시 사무실 벽면에 'SNS 홍보 채널' 리스트를 곳곳에 붙여뒀을 정도로 온라인 선거운동에 힘을 쏟는다. 특히 박 후보는 유튜브를 통해 '포항맨 박승호의 자기자랑' '포항남울릉 살리기 공약' '박카스 정치이야기' 등 선거용 콘텐츠와 함께 포항 맛집 먹방 콘텐츠도 공개하며 친근함을 부각했다.

◆남은 시간 약점 극복이 관건

25일 오전 11시 30분쯤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서 만난 강모(64) 씨는 "정치에 관심없다"면서도 "바깥양반은 '포항 온 지 2개월밖에 안 된 애(김 후보)를 찍느니 (허)대만이를 찍지'라고 하고, 이상한 동영상도 돌고 있다고 하대요"라고 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포항남울릉 선거구에 공천을 받은 김병욱 미래통합당 후보가 25일 오후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분홍색 점퍼와 안전모를 쓴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이름을 알리는 모습. 분홍색은 통합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김병욱 후보 제공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포항남울릉 선거구에 공천을 받은 김병욱 미래통합당 후보가 25일 오후 자신의 이름이 적힌 분홍색 점퍼와 안전모를 쓴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이름을 알리는 모습. 분홍색은 통합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김병욱 후보 제공

전날 대잠동에서 마주친 30대 남성은 "박 후보는 전에도 공천에 불복해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을 탈당하고 북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지난 대선에는 바른정당에 있다가 또 탈당했다. 이번에도 공천배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다 북구로 옮겨갈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이 좋게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상도동에서 만난 50대는 "좌경화가 심각한 대한민국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후보에게는 한 표도 줄 수 없다"고 했다.

후보 세 사람의 약점이 되는 부분을 각각 꼬집는 말이다. 이들이 투표일까지 남은 시간 각자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관심사다.

박 후보는 포항 사정에 밝고 인지도도 있지만, 무소속인 탓에 당 조직의 지원을 못 받는데다 바른정당 이력에 대해 '골수' 보수층으로부터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여당 후보인 허 후보는 민주당 소속으로 꾸준히 출마해온 덕분에 20%대 안팎의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다. 게다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포항 전체에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10명을 당선시켜 과거와 달리 '조직 선거'도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보수 성향 무소속이 가세한 다자구도가 만족스러운 구도이다.

다만 같은 지점에서 보수 지지층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어 이들의 막판 표심 결집 여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김 후보는 고향이 포항이지만 오랫동안 떠나있다 귀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 내 낮은 인지도가 큰 약점이다.

이 지역구 현역인 박명재 의원이 총괄선대위원장을, 경쟁자였던 김순견·문충운 예비후보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해 이들의 조직을 얼마나 빠르게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다.

26일 경북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4·15 총선 포항 남구·울릉 선거구에 출마하는 무소속 박승호 예비후보가 후보 등록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경북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4·15 총선 포항 남구·울릉 선거구에 출마하는 무소속 박승호 예비후보가 후보 등록에 앞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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