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꼭 3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대구경북 선거 완승으로 축배를 들려던 미래통합당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실물경기 침체, 중소기업 및 자영업 몰락에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겹치면서 절대 유리하게 이어져 온 선거 국면을 통합당이 대구경북 공천을 잘못하는 바람에 혼전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
현재 대구에선 경선 기회조차 갖지 못한 곽대훈(달서갑)·정태옥(북갑) 의원이 무소속 출마에 나섰다. 이 두 사람은 지역구 관리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와 동정 여론이 만만찮다.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데 통합당의 이인선 후보가 힘겨운 승부를 하고 있다.

이보다 더 통합당을 당혹하게 하는 건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과 주성영 전 국회의원의 무소속 출마. 그렇지 않아도 같은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현역인 김부겸·홍의락 의원을 상대하기 쉽지 않은 터에 보수표를 갈라야 할 처지다. 오랜 기간 준비를 거치고 경륜도 있는 이들에게 경선 기회라도 줘야 했지 않았느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

경북도 상황은 마찬가지. 김현기 전 경북부지사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경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면서 고령성주칠곡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도 포항남울릉 무소속 출마를 24일 선언하려다가 잠정 연기는 했으나 여의치 않으면 튀어나갈 태세다. 안동은 통합당 공천 철회를 둘러싸고 유림들까지 들고 일어난 실정. 이런 판에 무소속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안동도 통합당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 됐다.

누군가 교통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지만 정치력 떨어지는 황교안 대표가 나설 리 만무한 상태에서 득표력을 지닌 무소속 출마자들을 다독거릴 정치력 있는 인사가 현재로선 없다. 지역 여론과 동떨어진 공천으로 일관하다 보니 대구경북선거를 책임질 선거 사령관이 없어서 초재선급으로 공동선대위원장을 꾸리려는 중이다.
여기다 보수대통합을 통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지역 유권자 주문과는 달리 '우리공화당'으로 대표되는 태극기부대와의 선거연대조차 거부한 협량(狹量)이 선거판을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보수적인 대구경북 표심은 우리공화당이 아닌 미래통합당으로 모일 것'이라는 무지의 결과다. 달서병의 조원진 대표 지역 등 일부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연대를 꾀한다면 보수 결집으로 훨씬 많은 의석 확보가 가능할 텐데도 말이다. 그게 보수의 염원인 현 정권 심판이 된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만 같다.
아무나 갖다 꽂아도 최소한 대구경북 표심은 미래통합당으로 향한다는 오만이 불러온 현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은 당보다는 인물 위주의 투표를 하자는 쪽으로 인식을 바꾸고 있다. 여야와 무소속을 떠나서 '무늬만 TK'인 사람보다 지역 민심을 떠받들고 현안 해결에 앞장설 능력 있는 후보를 뽑자는 것이다. 이는 '다시는 민심을 이반한 공천을 못하게 본때를 보이자'는 결의와도 궤를 같이한다. 통합당의 공천 잘못이 이런 민심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사람도 결국은 통합당에 들어올 것이니 큰 손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면 이보다 큰 오판이 없다.
총선에서 지고 난 이후의 이합집산은 지지층의 염원과는 거리가 멀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선거를 통해 정권을 심판하려 했던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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