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이없는 훈련병 코로나 검사, 책임자 엄중 문책하라

입력 2020-03-25 06:30:00

1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교육사령부 야전교육대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664기 해군병이 각개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교육사령부 야전교육대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664기 해군병이 각개전투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이 4명의 검체를 한데 섞어 대구경북 지역 출신 훈련병들의 코로나19 감염증 검사를 실시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방부는 최근 대구경북 출신 훈련병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검사를 하라는 지침을 각 군에 내렸고, 지난주부터 검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훈련병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비인간적 국가 폭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발상을 했는지 그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여러 명의 검체를 한데 섞어 진단검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일반인도 아는 상식이다. 감염된 사람의 검체에 있는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검체를 오염시켜 음성인데도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반대로 감염된 검체의 바이러스 양이 아주 적을 경우 바이러스가 희석돼 감염됐는데도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몇몇 일선 부대에서는 국방부의 지침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지만, 국방부는 지침 시행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비용과 시간 절약 때문이라고 한다. 적은 예산으로 신속히 검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와 민간 의료계에서 "신속한 검사보다 정확한 검사가 중요하다" "매우 황당한 발상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물론 군 내부에서도 같은 소리가 나온다.

군은 이런 방법으로 약 700명의 훈련병이 검사를 받았고 양성 반응을 보인 인원은 없다고 한다. 신뢰하기 어렵다. 감염자가 있음에도 바이러스의 희석에 따른 음성 판정 가능성을 원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다수가 단체생활을 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훈련소의 특성상 집단감염은 피할 수 없다. 이는 우리 군의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훈련병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귀중한 젊음을 희생하는 고귀한 우리 청년들이다. 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것은 국가와 정부의 최소한의 의무이다. 훈련병에 대한 코로나 검사 방법은 군 당국이 이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음을 잘 보여준다. 당장 검사 방법을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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