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 대다수 고령에 기저질환자 많아 감염 차단에 사활
각자 방안에서 생활, 외출 필요한 업무 대신해 바뀐 효자·효부 일상
코로나19 사망자가 노령층을 중심으로 속출하면서 노부모를 둔 자녀들이 부모의 감염을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노령층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지니고 있는 데다 병원 진료 받기도 쉽지 않아 노부모를 부양하는 이들이 일상 위생에 더욱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대구 동구 불로동에 사는 A(58)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은 아파트 옆 동에 홀로 사는 시어머니께 생필품과 반찬을 가져다 드린다. 코로나19가 기저질환자에게 치명적인 만큼 되도록 집안에서만 지내시도록 하기 위해서다.
A씨는 "시어머니가 85세이신데 평소 고지혈증이 있으셔서 비타민C,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도 챙겨드렸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시도록 매일 안부 전화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노부모와 함께 사는 집에서는 일상이 크게 바뀌었다. 비교적 안전한 타지에 있는 친인척에게 부모를 맡기거나, 같은 집에서 지내더라도 접촉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경북 경산에 사는 B(58) 씨는 함께 살던 82세 어머니를 지난달 구미에 있는 동생 집으로 모셨다. B씨 내외 모두 바깥 일을 하고 있어 혹시 모를 감염이 걱정돼서다. B씨는 "경산 전체가 위험한 상황이라 할머니를 잠시 타지에 머물도록 했다. 바깥공기를 못 쐬니 기력이 없으신 것 같지만 사람 간 접촉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달서구 송현동에 사는 자동차 영업사원 C(38) 씨는 73세 아버지, 97세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는 각자의 방에서 식사 등 모든 일상을 따로 하고 있다.
C씨는 "배달음식을 시켜도 받자마자 3등분을 해 아버지와 할머니 방 문 앞에 둔다"며 "공용으로 쓰는 화장실은 사용할 때마다 손잡이, 세면대, 변기 등에 알코올 소독제를 뿌린다"고 했다. 공적 마스크나 생필품 구매, 기타 필요한 볼일은 모두 C씨의 일이 됐다.
위생과 방역에는 합격점이지만 가족 간 대화가 크게 줄어든 건 부작용이다. C씨는 "연세가 있으신 아버지와 할머니께 말동무가 돼 드리곤 했는데 지금은 대화도 조심하고 있다"며 "퇴근 후 거실에서 가족이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도 한 잔 하던 때가 그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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