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코로나19 승리 위해선 글로벌 연대 필요"

입력 2020-03-21 12:45:49

파이낸셜타임즈 기고 "한국·대만·싱가포르 정보 공개로 위기 극복"

유발 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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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FT 기고문. FT 홈페이지 캡처
유발 하라리 FT 기고문. FT 홈페이지 캡처

'사피엔스'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류는 글로벌 위기를 맞고 있다"며 "미국 등 세계가 글로벌 연대의 길을 걸어야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21세기의 모든 전염병을 상대로 한 승리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파이낸셜 타임즈(FT)에 기고한 '코로나 이후의 세계(Yuval Noah Harari: the world after coronavirus)'칼럼에서 하라리는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상황에서 인류는 두 가지 힘들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첫째는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와 시민적 역량강화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두 번째는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에서의 선택이다"고 주장했다.

▶정부 개인 밀착감시 강화 우려

그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인구 전체가 정부 감시를 기초로 한 특정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아마 인류 사상 최초로, 기술을 통해 모든 국민들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며 "정부의 감시기술 자체도 '근접감시'(over the skin)에서 '밀착감시'(under the skin)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지금까지는 당신의 손가락이 스마트폰의 특정 링크나 어플리케이션을 누를 때 정부는 당신이 무엇을 클릭했는지 알고 싶어 했다"며 "그러나 이제부터는 정부가 당신의 체온과 당신의 혈압까지 알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개인정보 보호 전쟁의 티핑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며 각국 정부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 개인의 생체정보를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정부는 생체감시 기술을 위기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할 것"이라며 "하지만 임시적 감시체제가 위기상황이 종료되어도 계속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2030년 북한이 모든 인민들에게 24시간 생체감시 팔찌를 착용하게 한 후 수령의 연설을 듣고 있을 때 분노감정을 식별한다면, 당신의 운명은 이미 끝날 것이다"고 덧붙였다.

▶비누 경찰(Soap Police)역할 잘한 한국, 대만, 싱가포르

그는 "정부가 전체주의적 감시체제를 동원하지 않아도 시민적 역량강화(empowering citizens)를 통해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고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며 "최근 몇주동안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는 바로 한국,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이다"고 주장했다. 이들 국가들은 확진자 추적시스템을 동원했지만, 투명한 정보공개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누경찰(Soap Police)이라는 용어를 설명하면서 "손을 비누로 씻는 행위는 인류 보건사의 큰 발전"이라며 "이처럼 간단한 행동이 매년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국민들에게 비누경찰 같은 과학적 팩트를 제공하고, 그리고 국민들이 정부가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믿을 때, 시민들은 빅브라더의 감시 없이도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글로벌 연대 필요

그는 마지막으로 "전염병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위기는 모두 글로벌 위기"라며 "오직 글로벌한 협조를 통해서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바이러스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에서 ▷정보 공유 ▷의료물자 생산 배분 협력 ▷글로벌 경제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들은 과학자, 의사, 기자, 정치인, 그리고 기업인 등 최소 필수적인 여행을 위해 국경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며 "여행자들을 출발지에서부터 사전 스크리닝(검사)하는 등의 글로벌협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2014년 에볼라 위기 당시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자임했지만 오늘날 미국 행정부는 리더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류는 분열과 글로벌 연대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분열을 선택한다면 인류 미래에 더욱 큰 재앙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로벌 연대를 택한다면 코로나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21세기의 모든 전염병을 상대로 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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