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써 구화도 못하고…" 코로나 사각지대 청각장애인들

입력 2020-03-18 18:30:07 수정 2020-03-18 19:19:17

마스크 배부 안내 문자 없어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뿐
농인 대학생, 음성 위주의 온라인 강의에 수업 따라가기 힘들어

대구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A(27) 씨가 수어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강의를 듣고있다. 본인 제공
대구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A(27) 씨가 수어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강의를 듣고있다. 본인 제공

청각장애인들이 코로나19 여파 속 사각지대에 놓였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통에 구화(口話)로 소통하기가 어려워진 데다, 정부 방역 대책과 대학 온라인 강의 등 코로나19로 바뀐 세태 전반이 청각장애인에게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대학교에 다니는 청각장애인 A(27) 씨는 요즘 집에서도 늘 보청기를 끼고 지낸다. 대구시가 이·통장들을 통해 배부하는 마스크를 제때 받으려면 언제 울릴지 모를 초인종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장의 방문 시간대를 알 수 없다 보니 언제까지고 보청기를 끼고 기다려야 하는 신세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학 중인 대학의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도 당황스러운 일이 많다. 평소 오프라인 수업 때는 강의자의 입 모양을 보고 구화로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만, 작은 노트북 화면 속 입 모양으로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조차 알아보기 쉽지 않은 탓이다.

A씨는 "자막이 함께 제공되는 과목도 거의 없고, 자료화면만 비춘 채 강의자의 목소리로만 나오는 경우에는 정말 당혹스럽다"며 "다행히 학교 수어통역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해 수업을 포기하는 청각장애인도 많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혹시 모를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상담할 창구마저 부족해 두렵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 전화를 걸어야 하는 보건복지부 1339 콜센터에서도 수어 지원은 없다. 또 다른 청각장애인 B(32) 씨는 "코로나19로 불안한 건 똑같은데 청인들과 달리 농인은 정보 소외를 겪으며 갇혀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같은 지적이 잇따르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손말이음센터를 통해 청각·언어장애인을 대상으로 24시간 전화 수어 중계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청각장애인들의 상담 요청이 밀려들어 이마저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대구 각 구·군청과 대학은 최근 이같은 문제를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정부 마스크를 일괄 보급하다 보니 청각장애인까지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 안내서비스를 도입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구지역 한 대학 관계자도 "전공에 맞춰 가용 가능한 통역사와 속기사, 문자 통역 도우미 등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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