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단꿈보다…" 생활치료센터 자원한 김현세 경위

입력 2020-03-17 16:13:07 수정 2020-03-17 21:31:11

4개월 신혼생활 잠시 내려두고 경북대 치료센터 자원
감염 걱정 반대하던 아내 설득…경증환자 수용 시설 관리·감독
"아내와 영상통화로 피로 달래…확진자 완치 위해 최선 다할 것"

대구 북부경찰서 김현세(30) 조사관이 경북대 기숙사에 설치된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 북부경찰서 김현세(30) 조사관이 경북대 기숙사에 설치된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모습. 대구경찰청 제공

"비록 의사나 간호사처럼 직접적으로 치료에 도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우리 지역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하게 퇴소하실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습니다."

대구 북부경찰서 수사과 소속 김현세(30) 경위가 '경북대 생활치료센터 자원근무자 모집'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건 지난 8일 오전이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증 환자 수용 시설을 관리감독할 인원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12월 15일 결혼해 만 3개월 신혼 단꿈이 한창이던 시기. 아내와는 결혼 이후 한 순간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었던 만큼 감염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경찰관으로서 뜻깊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또 모교인 경북대에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처음엔 '다른 사람이 가도 되지 않느냐, 감염 걱정이 앞선다'며 반대하던 아내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아직 젊은 내가 맡아야 한다'는 남편의 마음을 존중해줬다. 김 경위는 "걱정이 컸을텐데도 직접 짐을 싸주고, 영양제까지 챙겨주며 응원해줬다. 지금도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그렇게 지난 8일 오후 6시부터 경북대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김 경위는 매일 CCTV 관제 업무와 상황근무를 합쳐 8시간을 근무한 뒤 3동에 마련된 숙소에서 휴식한다. 교대근무의 특성 상 새벽 근무가 잦아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하루하루 웃으며 버틴다고 했다.

틈틈이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며 피로를 달랜다는 김 경위는 경북대 생활치료센터 옆 담벼락 틈새로 본 아내의 뒷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급하게 근무에 투입되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면도기와 휴대전화 충전기를 전해주러 온 아내를 만났지만, 감염 우려에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경위의 생활치료센터 지원근무는 오는 21일이면 끝나지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다시 일주일 간 격리 생활에 들어가야 한다.

김 경위는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확진자 분들과 직접 접촉하는 일은 없지만, 다들 차분하게 치료를 잘 받고 계신 것 같아 다행스럽다"면서 "모두 끝까지 치료를 잘 받고 완치돼 돌아가실 수 있도록 근무기간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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