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단 세 줄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한 시다. 학교 수업시간에 열심히 배웠던 수미상관도 없고, 직유법도, 의인법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세 문장으로 이뤄진 짧은 시지만, 그 세 문장이 나오기 위한 시인의 고민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 한 신문에서 나태주 시인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여러 문장 중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그에겐 '일상이 시'라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바쁘다는 이유로 대충 넘어갔던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그는 그의 시처럼 일상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면서, 짧지만 긴 세 문장을 진득하게 뽑아낸 것은 아닐까?
우리들의 대표를 뽑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다가온다. 눈썰미가 좋은 유권자라면 발견했을 수도 있겠지만, 투표함에는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실 선거도 풀꽃과 비슷하다. 그저 기표하는 데 3초에 불과한 행위 역시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본다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민주주의의 꽃을 발견할 수 있다.
'꽃길만 걷자'는 격려가 유행이다. 그런데 꽃길이 건강하고 오래 유지되려면 좋은 토양은 필수적이다. 민주주의의 좋은 토양은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다. 꽃이 없는 흙길은 걸을 때 먼지만 날릴 것이고, 좋은 흙 없이 꽃만 있는 길의 꽃은 금세 시들어 버릴 것이다. 꽃과 흙이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민주주의에서의 꽃인 '선거'와 흙인 '정치에 대한 참여'는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바쁜 탓에 직접 정치인을 만나 그들에게 정책을 제안하는 것은커녕 자기 지역의 현재 이슈만을 따라가는 것도 벅찬 경우가 많다. 결국 선거일이 임박해서야 묵혀 둔 선거공보를 펼쳐, 우리가 평소 풀꽃을 훑어보듯 대강 보기 바쁘다. 이해한다. 정책을 꼼꼼히 확인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바쁘게 사는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정책을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그러니 공약을 통한 선택보다는 정당이나 학연·지연·혈연과 같이 표면적인 정보만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기 쉽다.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 각종 이슈를 지도로 정리한 '대한민국 공약이슈지도'와 유권자가 직접 공약을 제안하는 '유권자 희망공약' 제도로 유권자의 참여를 돕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공약이슈지도'는 국민신문고의 민원 약 1천400만 건과 언론 기사 약 130만 건의 빅데이터를 종합 분석하여 키워드화하고, 이를 시각화된 자료로 나타내 지역 이슈를 쉽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봄에 꽃을 활짝 피우기 위해서는 흙을 미리 일궈야 하듯이, 시민들의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를 일구는 좋은 흙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보이는 만큼 참여도 할 수 있는 법이다.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그중 지역에 진짜 필요한 공약들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표에 걸리는 시간 3초,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지금부터 부지런히 쟁기를 손질해야 한다. 그렇게 숙고의 시간을 보낸 3초가 풀꽃의 세 문장처럼 우리 사회를 조금씩 바꿀 것이다. 그리고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선거라는 꽃은 아름다움을 넘어 '성숙한 민주주의'라는 값진 열매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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