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만(연세대 교수)
재난 소득 도입 대중적 어젠다 부상
나라 곳간 바닥나 재정 마련 비상등
고용 감소 현실적 대안될 수 있지만
포퓰리즘의 좋은 먹잇감 될 우려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3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사흘 연속 폭락해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불안감은 세계 여러 나라의 주가지수에도 반영된 듯하다. 지난 1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9.99% 폭락하며 거래를 마쳤고, 이는 1987년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 당시 22% 추락한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 지속되며 자영업자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일부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달 말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학생, 실업자 등 1천만 명에게 5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기본소득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13일 중앙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층에 기본소득 52만여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여러 광역자치단체장들도 유사한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난 기본소득이 타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비상시국에 대응한 특단의 경제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재난기본소득 도입은 불가피할 수 있다. 나라 곳간은 이럴 때 쓰기 위해서 비축해 놓은 것 아니겠는가? 다만 문제는 정부가 최근 수년간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려 재정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 예산은 513조5천억원으로 불과 3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한 해 예산이 300조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빨리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역대 4번째 규모의 추경예산까지 고려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8%에서 41.2%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던 국가채무비율 40% 선이 곧 무너지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의 논의를 통하여 기본소득제가 대중적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 대선에서는 기본소득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이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 그 재원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겠다. 세금 인상 또는 다른 정책 분야의 지출 삭감이 불가피한데 둘 다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지 않는 이상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기본소득제가 한번 도입되면 포퓰리즘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은 매 선거 때마다 기본소득의 상향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이보다 더 쉽게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또 무엇이겠는가? 마지막으로 기본소득 도입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본소득제는 세계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고용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고용의 감소는 오히려 가속화될 수 있다. 사람들이 어렵고 힘든 일을 기피하고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기업들은 높아진 노동비용으로 인하여 고용을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결국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어 더 높은 수준의 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기본소득제가 현실성 있는 정책적 대안으로 고려되기 위해서는 따뜻한 감성보다는 차가운 이성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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