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소연 사진가 "기피 도시 된 고향, 자유로울 그날까지"

입력 2020-03-17 10:20:05 수정 2020-03-17 12:09:21

사진가 박소연의 코로나19 일상… "'봉쇄', '집단 감염지' 돼 버린 어이없는 현실"
"작게나마 매출 올려주려 외식, 디저트 선물… 의료진 노고 생각하며 힘내 견뎌야"

이젠 안전지대가 없다. 서울의 거리도 한산하다. (길음동 2020.03.03)
이젠 안전지대가 없다. 서울의 거리도 한산하다. (길음동 2020.03.03)
아침 일찍부터 동네 약국에서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선다. (2020.03.13)
아침 일찍부터 동네 약국에서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선다. (2020.03.13)
아침 일찍부터 동네 약국에서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선다. (2020.03.13)
아침 일찍부터 동네 약국에서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선다. (2020.03.13)

오랜 홍콩 생활을 잠시 접고 고향 대구에서 작은 카페를 경영하며 사소한 경험과 소소한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는 게 취미인 나는, 요즘 들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사진을 SNS에 올리고 있다.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대구는 순식간에 집단 감염지가 됐고 도시 분위기는 영화 속 '고담 시티'가 되어버렸다. '봉쇄' 단어가 나올 만큼 기피 도시가 돼 버렸다.

평소 젊음의 활기로 가득찬 동성로엔 절반의 가게가 휴업 중이고 거리엔 인적이라곤 드물다. (대구 동성로 2020.02.26)
평소 젊음의 활기로 가득찬 동성로엔 절반의 가게가 휴업 중이고 거리엔 인적이라곤 드물다. (대구 동성로 2020.02.26)
평소 젊음의 활기로 가득찬 동성로엔 절반의 가게가 휴업 중이고 거리엔 인적이라곤 드물다. (대구 동성로 2020.02.26)
평소 젊음의 활기로 가득찬 동성로엔 절반의 가게가 휴업 중이고 거리엔 인적이라곤 드물다. (대구 동성로 2020.02.26)
가게 절반은 휴업이고 평소 사람들로 붐빌 거리에는
가게 절반은 휴업이고 평소 사람들로 붐빌 거리에는 '배민 라이더스'(배달의민족 배달대행 기사)만 가끔 지나다닐 뿐 인적이라곤 드물었다.(대구 동성로 2020.02.26)
평소 젊음의 활기로 가득찬 동성로엔 절반의 가게가 휴업 중이고 거리엔 인적이라곤 드물다. (대구 동성로 2020.02.26)
평소 젊음의 활기로 가득찬 동성로엔 절반의 가게가 휴업 중이고 거리엔 인적이라곤 드물다. (대구 동성로 2020.02.26)
대구 시내 모든 영화관이 휴업을 결정했다. 시내 모 상영관에 관객이 몇 명 없다.(2020.02.29)
대구 시내 모든 영화관이 휴업을 결정했다. 시내 모 상영관에 관객이 몇 명 없다.(2020.02.29)

뉴스로만 보던 동성로 거리를 직접 보고 싶어 카메라를 들고 나가 봤다. 휴업일이 길어지고 영업 중이라도 빈 가게만 지키는 자영업자들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일 거다.

2.28 공원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도 마스크와 담요를 덮어준 따뜻한 손길이 있어 감사하다. (대구 동성로 2020.02.26)
2.28 공원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도 마스크와 담요를 덮어준 따뜻한 손길이 있어 감사하다. (대구 동성로 2020.02.26)

어이없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위안부 소녀상 앞을 지나는데 마스크와 담요를 덮어준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순간 뭉클했다.

이제 마스크 구하기도 쉽지 않고 아파도 병원 가기도 꺼려지고 심지어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보균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불편하고 꺼림칙한 사회 분위기가 돼 버렸다.

이렇다 보니 얼마전 스트레스로 생긴 복통에도 코로나 변종 아닐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까지 들 지경이었다.

예전 봤던 영화, '감기'와 '연가시' 등이 많은 부분 지금의 지독한 현실을 그대로 재생하고 있는 것 같아 섬뜩했다. 백신 개발이 더디고 한두 장 마스크마저 더 이상 구입하기 어렵게 되어 사람들의 인내심과 배려심이 바닥나면, 영화에서처럼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 공포스러웠다.

한동안은 이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인해 심리적 위축과 건강염려증에 시달렸다. 긍정 마인드를 회복하자 마음을 다잡았다.

코로나 블루(코로나19에 따른 우울감)에 빠지지 않으려고 시간 잘 보내기에 집중하며 중단했던 SNS 활동도 재개하고 산책도 하고 밀린 집안일도 찾아 한다. 같은 자영업자로서 안 된 마음에 작은 매출이라도 올려주자 싶어 가끔 외식도 하고 지인들에게 디저트도 배달시키며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

지하철에서도 한 칸씩 띄어 앉는 게 당연시 되는 요즘 현실이다. (서울 지하철 4호선 2020.03.07)
지하철에서도 한 칸씩 띄어 앉는 게 당연시 되는 요즘 현실이다. (서울 지하철 4호선 2020.03.07)

평범했던 일상과 내가 알고 지낸 이들과의 물리적 교감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닫는 요즘이다. 또한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도 재점검하게 된다. 남탓과 잘잘못을 따지며 부화뇌동하고 정치편향적인 언어를 남발하거나 말로만 이웃사랑을 외친 것을 반성한다.

이젠 안전지대가 없다. 서울의 거리도 한산하다. (한남동 2020.03.03)
이젠 안전지대가 없다. 서울의 거리도 한산하다. (한남동 2020.03.03)

사회적 거리가 유난히 가까운 대한민국에서 개개인이 실천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게 하고 더 많은 우울감을 양산할까 염려스럽지만, 위기극복 DNA가 남다른 대한민국이고 무엇보다 열악한 현장에서 쉴새없이 고생하는 의료진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진정 자유로울 그 날까지 힘내서 잘 견뎌야겠다.

대한민국 파이팅!!!

사진가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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