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해선 안 된다"…경·중증 분리 역할 분담, 대량 감염 시나리오 준비
의료·방호물품 전략물자처럼 비축 등 제안
지난 한 달 동안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의 중심에 있었던 대구경북에서 지역의 4개 대학병원은 환자 치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대구와 경북에서 7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병원마다 가용할 모든 병상이 가득 찼다. 중증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면서도 입원 환자를 빨리 치료해 병상 가동률을 높이는 전략을 동시에 수행했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 대란'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한 경북대병원 정호영 병원장, 계명대 동산병원 조치흠 병원장, 대구가톨릭대병원 최정윤 병원장, 영남대병원 김성호 병원장 등 대구 4개 대학병원장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구 상황은 일단 위기를 넘겼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확진자 예측은 어려워

대구 확진자 수가 일주일 가까이 두자릿 수를 기록하고, 완치자가 더 많이 나오는 '골든 크로스'를 지속하는 현재 상황에 대해 정호영 병원장은 "대구는 특정 집단을 중심으로 전파되는 것을 비교적 일찍 알게 돼 적극적으로 대처했기에 감소세가 확연히 보인다"고 했다.
조치흠 병원장은 "아직 요양병원과 같은 취약 시설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 되고, 전국적인 확산세 감소 판단은 4월이 돼야 알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최정윤 병원장도 "좀 더 적극적으로 검사를 한다면 전국적으로 많은 양성자가 나올 것"이라며 "수도권 및 다른 곳들은 이미 있던 환자들이 이제야 발견되면서 지역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보여 예측이 힘들다"고 했다.

김성호 병원장은 "대구는 확진자가 줄어들면서도 재감염 혹은 재발, 2·3차 감염 등이 있을 수 있어 완전히 소멸되는데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국적으로는 대구 만큼 통제나 선별이 되지 않아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증, 중증 환자 분리 역할 분담 필요
대구경북이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취해야 할 전략에 대해서는 경증 및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조 병원장은 "향후 출구전략이 중요하며 입원환자를 주환자군과 경증으로 나누어서 관리해야 한다. 중환자는 대구에서는 한 두 기관에서 전담해서 감당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 병원장도 "경증과 중증을 치료하는 기관이 역할을 분담하자"고 했다. 이어 "경증 치료기관은 환자가 질병을 더이상 전파하지 않도록 격리치료 및 관찰하다가 만일 중증으로 진행하면 빨리 이송하고, 중증치료기관은 환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전념해야한다"고 했다.

대학병원 사령탑들은 현재 대구는 치료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이젠 장기전에 대비하자고 말한다.
최 병원장은 "일단 의심환자를 검사하고 진단 후에는 생활치료 시설로 보낼 환자, 병원에서 치료해야 할 환자, 그리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중증환자로 나눠 대응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현재 대구는 안정적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병원장은 "지금과 같은 마스크 착용, 손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예방 활동을 하고, 기존 자료들을 잘 분석해 코로나19에 맞는 관리 및 치료 지침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량 감염 발생 가상 시나리오 준비하자
지난 한달간 방역당국의 대응이 아쉬운 점으로 코로나19를 과거 메르스 감염 상황과 같은 기준으로 대처한 점을 꼽았다.
최 병원장은 "초기에 확진자를 모두 입원시키고 음압병실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고집해 환자 증가세에 비해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제한적이었던 점이 아쉬웠다"면서 "이후 생활치료시설을 확충하고 병원들마다 역할을 부여해 환자를 치료한 점은 다행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량 감염 발생을 대비해 여러 가상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병원장은 "증상별 환자 분류와 치료, 의료인 격리 및 의료시설 폐쇄 기준, 환자 이송 체계 등이 미리 갖춰지지 않아 상황을 따라 가면서 기준이 마련되다 보니 혼선이 있었다"면서 "중증 환자 전원 체계의 미비, 방호복 및 방호장비 착용 기준, 감염관리 단계 격상이 늦어진 점 등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병원장은 "갑자기 발생한 대규모 감염 상황에서도 대구경북이 잘 대처한 반면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체계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 방호물품 전략물자처럼 비축해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진의 방호복과 마스크 부족 현상은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려는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는 발언은 현장 상황을 너무나 몰라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대구 대학병원들은 마스크가 떨어질까봐 발을 동동 굴렸다.
최 병원장과 김병원장은 "평소에 많이 쓰지 않던 물품의 지원이 어려웠다. 이동형 음압기부터 중환자를 보기 위한 레벌D 방호복과 PAPR(공기정화호흡기)과 후드는 현재에도 부족하다. 인공심폐장치인 에크모(ECMO)와 환자 이송을 위한 이동형 음압카트 부족도 마친가지"라고 호소했다.
정 병원장은 "코로나19와 같은 사태에 대비해 방호물품들은 평소 전략물자 개념으로 정부 차원에서 미리 비축을 해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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