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준표 "박 전 대통령 출당 오해하고 있다"(전문)

입력 2020-03-15 19:06:25 수정 2020-03-16 14:35:37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대구 수성구 한 카페에서 4·15총선 수성을 무소속 출마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대구 수성구 한 카페에서 4·15총선 수성을 무소속 출마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노회한 정치인은 공천 탈락에 대한 억울함과 새로운 의욕을 동시에 느끼는 듯했다. "고달프다"고 되뇌는 말 속에는 무소속 출마에 대한 부담감도 보였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가 14일 대구를 찾았다. 수성못 인근에 이상화 시비에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대구 왔음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틀 전에도 대구를 방문했지만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수성못 인근 한 사무실에서 홍 전 대표를 만났다. 이미 17일 수성못 이상화 시비에서 4·15 총선 수성을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고 언론에 알려진 뒤였다. 홍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관련해 "오해가 있다"며 특히 자세하게 설명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대구에 출마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치 25년을 하면서 처음 대구 출마를 시도한 게 1995년이었다. 수성갑에 박철언 선배가 출마하는 것을 보고 이런 사람이 정치 계속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수성갑에 오려고 했다. 당시 반YS(김영삼 전 대통령) 정서가 강해 주변에서 선거에서 지면 정치 수사가 된다. 안 나오는 게 좋다고 했다. 좌절된 첫 번째 케이스다. 그 뒤 7번이나 시도했다.

번번이 좌절되다가 이번에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관위원장 덕분에 자연스럽게 왔다. 고맙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리던 대구로 갈 수 있게 해줘서 참 감사하다. 이제는 당의 외피를 벗어던지고 자유스럽게 내가 대구 오는 데 제지할 사람이 없다. 마음 가볍게 대구에 왔다.

-정치인 홍준표에게 대구는 어떤 의미가 있나

▶7살 때 고향을 떠났다. 신천국민학교와 신암국민학교를 다녔고 영남중고를 다녔다.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의 인격형성과 지금의 홍준표로 만들어주고 자라난 고향이 대구다.

기회 있을 때마다 대구에서 정치를 하고 싶었다. 지인의 95%가 대구에 있다. 태어난 고향은 7살에 떠나서 지금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자란 고향이고 대구에 오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수성을을 고집하는 이유는 뭔가

▶사람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보고 온다. 대구 12개 지역구가 한 가지 정서로 된 단일 선거구다. 대구의 정치 1번지는 수성구라고 대구분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왔다. 수성갑은 평소 친분이 있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있어서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수성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공천을 평가해 달라

▶전반적으로 잘못됐다. 특히 TK 공천을 보면 'TK는 누구를 꽂아도 된다'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말이 있었다. 얼마나 TK 주민들을 모욕하는 말인가.

선거 때마다 TK에 누구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잘못된 관념 때문에 TK에 차세대 주자가 없다. 누가 있나. 이번 공천은 TK의 자존심을 건드린 막천이다.

막천 후에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물러나지 않았나? 그게 공천이 잘못됐다는 명백한 증거다. 강남병 때문에 물러났다고 하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 실지로 제일 문제가 된 것은 TK의 막천이다.

-역대 TK 공천이 항상 이런 식이었다

▶진박 공천 때는 그나마 TK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에 갑자기 내려온 사람의 면면을 보면 수용할 수 없다. 과거 TK는 박 전 대통령 봐서 그나마 한 번 봐주자고 했지만, 지금은 황교안을 봐서 수용하겠나? 김형오 봐서 수용하겠나? 이건 아니다.

-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다. 지역민들이 섭섭해한다.

▶오해하는 데 이건 좀 풀고 넘어가야겠다. 박 전 대통령 탄핵할 때는 경남지사로 있었다. 줄기차게 탄핵 반대했다. 대선 때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탄핵도 잘못됐고. 수사도 잘못됐다'고 줄기차게 얘기했다. 대선 때 유튜브 보면 명백히 나온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출당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주의 개헌 문제를 들고 나왔다. 개헌하려면 3분의 2 이상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근데 우리 당에 그 당시 의원이 103명밖에 없었다. 개헌 저지선이 아슬아슬했다.

개헌 저지선을 넘기려면 바른미래당에 나갔던 사람을 추가로 입당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 사람들이 입당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요구했다. 불가피하게 출당을 약속하고 국회의원 113명을 만들었다. 그래서 확실하게 개헌저지선을 확보했다.

박 전 대통령 출당 대신 사회주의 개헌을 막았다. 그 내용도 모르고 박 전 대통령 출당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데. 불가피했다. 우선 사회주의 개헌을 막아야 했다.

둘째, 2018년 지방선거하는 데 또 '박근혜 탄핵 프레임'으로 지방선거를 할 수 있느냐? 선거 역사를 보면 노태우 대통령 선거 때 전두환 대통령이 탈당한다. 이회창 대선 때 김영삼 대통령이 탈당한다. 전임 대통령은 후임 후보들에게 선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30년 동안 탈당하는 게 역사였다.

근데 박 전 대통령은 내가 탄핵 대선 때 탈당을 요구하지 않았다. 2017년 5월 탄핵 대선 때 관례대로 탈당해달라 요구하지 않았다. 그대로 선거 치렀다.

지방선거 앞두고 또다시 박 전 대통령 탄핵 프레임으로 선거를 하게 되면 우리는 선거에서 패할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 때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사회주의 개헌을 막고 탄핵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출당이 좋을 것이다고 판단했다.

셋째,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정치인 박근혜보다 자연인 박근혜가 유리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있어서 윤리위 심사를 거쳐 불가피하게 출당을 시켰다. 그 당시 교도소로 연락을 몇 번 취해도 답이 없고. 접촉을 시도해도 안 됐다.

우리가 3주 이상 의사를 물어보려고 노력했는데 물어볼 길이 없었다. 더 이상 늦추면 출당시기를 놓친다고 판단해서 그래서 출당시켰다.

만약 그게 잘못됐다면 내가 당 대표 나간 후 2년 동안 당에서 재입당시키지 않나? 내가 잘못됐다면 이 당에서 재입당을 시켜야 한다. 당이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그걸 두고 탄핵 5적과 연관시킬 때 정말 기가 막힌다. 내가 무슨 탄핵과 관련이 있나? 출당할 때도 출당 후 사회주의 개헌 막은 데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문 대통령 지지율 80%일 때 우리당 의원 서너 명만 빼가면 사회주의 개헌이 된다. 자유민주주의는 그때 없어진다. 사회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총선을 치러야 한다. 왜 그건 생각하지 않나? 참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어둡다.

수성못에 가니까 대부분의 사람이 반겼다. 나이 드신 딱 한 분이 출당 문제로 시비를 걸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대구 수성구 한 카페에서 4·15총선 수성을 무소속 출마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대구 수성구 한 카페에서 4·15총선 수성을 무소속 출마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에 와 보니 어떤가

▶새장에서 벗어나서 창공을 나는 것과 같다. 날아서 찾은 곳이 대구다. 내가 이렇게 참담하게 25년 헌신한 당에서, 당에 들어온 지 1년도 안 된 사람. 당의 원로라고 자처하는 사람의 사감으로 이렇게 됐다. 새장에서 풀어준 것은 감사한다.

-정말 사감인가. 사감으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

▶아니다. 2008년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때 크게 대치했다. 여당 원내대표와 여당 출신 국회의장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그것 때문이라고 한다면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 입장에서 상당히 자존심이 상할 것 같다

▶홍준표의 특징은 결심하면 밀어붙이는 거다. 대한민국에서 나만큼 추진력이 센 사람은 없을 거다. 여당 원내대표가 촛불 사태를 겪으면서 돌파해야 했다.

김형오 의장은 좀 나이브하고, 민주당 눈치 보고 결단을 못 내린다. 그래서 윽박지르면서 국회를 끌고 가야 했기 때문에 부딪혔다. 한미FTA 때도 발 빼는 것을 밀어붙여서 통과시켰다. 공관위원장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사과했다. 12년 전 일로 사과 전화했다.

-끝나고 풀지 못했나

▶끝난 뒤 김형오 의장이 당 대표 나오려고 했다. 그때 내가 저지했다.

-그게 더 큰 이유 아닌가

▶그것도 하나의 이유다. 국회의장하고 나면 정계 은퇴하는 게 관례인 데 당 대표하려고 달려들기에 '한번 나와서 투표함 해보자, 나하고' '왜 관례에 어긋나는 일을 하나?' 라고 하면서 저지했다. 그 모든 감정이 엉켜 있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다.

내가 전화를 해서 "그때 정말 제가 잘못 모셨다"고 사과했다. "허허 웃으면서 내가 사감에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해서 풀린 줄 알았다.

마지막에 당 간부에게서 들은 얘기다. "이 기회에 홍준표 버르장머리 고친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 말 듣는 날 컷오프됐다. 오히려 지금은 전화위복이 됐다. 대구로 올 수 있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줘서 전화위복이 됐다.

-대구 와서 하고 싶은 게 뭔가. 대통령이 하고 싶은가?

▶대구는 대한민국 70년 역사의 40년간 대통령을 배출한 고장이다. 이른바 풍패지향(豊沛之鄕 : 한나라 고조 유방의 고향이 풍패다. 제왕이 태어나는 고향이라는 뜻)이다. 풍패지향이라고 하면 대통령이 태어나는 고향이다.

박 전 대통령 이후에 대구는 구심점을 상실했다. 그 뒤를 이어갈 만한 사람이 없다. 대구를 다시 영광의 도시로 할 사람이 누구냐?

나는 감히 내가 할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고 작년부터 얘기했다.

대구 동을 유승민 의원을 잡기 위해 출마하려고 했는데, 합당하는 바람에 명분이 없어졌다. 그래서 고향에 갔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을 잡을 사람이 누구냐. 문 대통령을 잡을 사람이 이 당에 있나? 없다. 야당에서는 홍준표밖에 없다. 내가 여의도 들어가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1번이 황교안, 2번이 문재인이다.

내가 여의도 가면 대선 주자가 바뀔 수 있다. 황교안이 떨어지고 내가 당선되면 야당 주자가 바뀌고 야당 세력이 바뀐다. 같이 돼서 들어가더라도 황교안하고 붙으면 내가 황교안한테 밀릴 것 같나? 그렇지 않다.

황교안 측에서 어떻게든 문재인 대통령 잡는 것보다 홍준표를 잡는 게 자기 앞길에 보장이 된다고 생각한 거다. 황교안 측이 대한민국 어디에도 내 공천을 안 준다고 봤다. 야당 대표 2번, 25년 헌신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한 사람을 이렇게 처참하게 내쫓을 수는 없다.

사악한 정치다. 공존의 정치가 아니고 정당하게 경쟁해서 대선 후보가 되면 얼마나 좋겠나?

공천권 쥐었다고 이렇게 사악하게 기만하고 협잡해서 나를 내쫓으려고 하는 데 내가 갈 데가 어디 있나?

그래서 내가 자란 고향인 대구시민들한테 하소연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당 공천이 아닌 대구시민의 공천으로 대구에서 출마하겠다. 당 공천이 아닌 대구시민의 공천을 받겠다고 했다.

셋째, 대구의 경제 구조를 바꾸겠다. 대구는 섬유산업이 무너지고 난 뒤 이미 산업구조를 바꿨어야 했다. 김대중 들어서 밀라노프로젝트라고 해서 사양산업을 물고 늘어지다가 이렇게 됐다.

그 뒤 잠시 보성, 우방, 청구 때 건설업이 반짝할 때가 있었다. 그것도 망했다. 대구를 주도하는 사업이 있나? 대구 상징 산업이 없다. 정치인들 책임이다.

두 가지 갖고 왔다. 첫째, 첨단기술산업유치. 둘째, 플라잉카(Flying Car)산업 기지.

군위에 국제공항이 들어서고 활주로가 3.8km 되면 국제공항이 돼서 미주 유럽까지 갈 수 있다. 수도권에 첨단산업이 몰리는 게 물류비용 때문이다. 내륙인 대구는 공항이 가까워야 한다. 그래서 군위에 공항이 들어오면 첨단산업을 유치할 수 있다.

플라잉카는 자동차 산업의 마지막 미래다. 현대와 기아도 산업부지를 찾고 있다. 대구공항 이전 부지를 활용하면 플라잉카 산업을 유치할 수 있다.

-당선 자신이 있나?

▶수성구민의 의식을 믿고 왔다. 수성구민이 나를 무소속으로 보겠나. 일시 떠나는 거지. 패악 부리를 황교안과 김형오 때문에 일시 당을 떠나는 것이다. 불과 40일이다. 바로 복당한다.

수성을에 온 것은 우리당 후보와 싸우려고 온 것도 아니고, 이상식 민주당 후보와 싸우려고 온 것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왔다. 문재인 잡자가 선거 캠페인이다. 다른 사람이 돼서 문재인 잡을 수 있겠나?

-대구는 홍 대표의 막말, 센말을 어떻게 받아들인다고 보나?

▶보수진영의 품격을 주장하는 사람은 막말로 본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은 속 시원한 말로 본다. 막말로 얘기하는 사람은 '잘난 체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대구의 주류가 아니다고 본다.

난 경상도 사람이다. 발음도 말도 억세다. 내가 하는 말은 강성 발언이고 막말이라고 하는 것은 반대 측이 만든 프레임이다.

지방선거 때 '나라를 통째로 바치겠습니까'라고 했다. 문재인이 지금 나라를 통째로 바치고 있지 않느냐? 북에 받치고 있다. '경제를 통째로 망치겠습니다'라고 했다. 실제 망치고 있다. 그럴 얘기했을 때 국민의 80%가 막말이라고 했잖아. 지방선거 때는 막말이라고 유세도 못 나오게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회담이라고 했다. 그게 막말인가?

-권영진 대구시장, 주호영 국회의원 등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거물급인 홍 전 대표가 오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대구시민을 보고 온 것이지 특정 정치인을 보고 온 것이 아니다. 대구시민의 공천으로 출마하겠다고 했다. 정치적 협력자이지 경쟁자가 아니다.

-어떻게 선거운동할 계획인가

▶단기간에 선거운동을 하려면 불꽃선거 운동을 해야 한다. 한 달간 논란이 많을 거다. 논란의 중심에 서서 겁내지 않겠다.

-무소속 연대를 하나

▶무소속 연대는 안 한다. 무소속 연대는 당에 대한 도전이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은 황교안과 김형오다. 당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탈당시기도 마지막 후보 등록 직전에 할 거다.
무소속들은 각자도생이다. 연대할 생각이 전혀 없다. 수성을을 벗어나지 않겠다.

-다른 무소속들은 기대하는 것 같다.

▶(무소속 연대는) 당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대신 황교안, 김형오의 쫄보정치는 규탄하겠다. 25년간 헌신한 당이다. 당에 대해서 전혀 유감없다.

-당선되면 복당되나

▶복당 안 시켜줄 수 있겠나? 정치판에서 복당 안 되는 경우 본 일이 있나? 내가 당선되면 입장 곤란할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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