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봉'으로 여기는 통합당…텃밭 민심 두려운 민주당

입력 2020-03-12 15:47:23 수정 2020-03-12 21:55:43

여야 4년 전 학습효과 대조적…민주당, 광주·전남 1곳 빼고 2,3인 경선
통합당, TK 재심 청구 20명 넘어…25개 선거구 경선 52%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텃밭'이라고 해도 미래통합당은 대구경북(TK)에 오만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전남 민심을 두려워한다는 점이 딴판이죠."

통합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TK 일부 선거구에 지역민과 일면식도 없는 '서울TK'를 무더기 낙하산 공천하고, 무기준·무원칙 공천배제(컷오프)와 현역 국회의원 지역구 옮기기, 지역사정에 대한 무지로 변경 예정인 선거구에 공천을 강행했다가 철회하는 등 '텃밭'을 대하는 태도가 광주·전남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당 TK 52% 민심 반영 경선…민주당 광주·전남 94% 경선

통합당은 이번 총선을 준비하며 TK 25개 선거구 가운데 13곳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경선 비율이 절반을 가까스로 넘긴 52%다. 이 같은 공천 결과에 반발해 재심을 청구한 TK 예비후보만 20명이 넘는다. 이들 대부분은 지역민의 요구와 상식을 져버린 '막장 공천'이라며 '잠시 당을 떠나 살아 돌아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광주·전남 18개(광주 8·전남 10) 선거구 중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구에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을 전략공천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2, 3인 경선으로 최종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전북까지 시선을 넓혀도 민주당은 호남 전체 28석 중 22곳에서 민심을 반영한 경선으로 후보를 정한다.

애초 호남 전략공천설이 떠돌던 인사가 3명이 있었으나 중앙당에서 광주·전남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2년 전인 2018년에도 민주당은 광주 서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박혜자 예비후보 전략공천을 적극 검토했으나 당 안팎에서 호남지역 전략공천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이어져 송갑석 예비후보와 양자 경선을 결정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매든 호남…통합당 외사랑 TK

이러한 차이는 두 지역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남은 민주당에 매를 들었지만, 보수정당을 향한 TK의 '외사랑'이 오히려 '오만한 통합당, TK는 봉'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전남 정치권에 정통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러한 차이는 4년 전 호남 민심이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었던 데서 기인한다"며 "과거 민주당도 광주·전남에서 지지율만 보고 안주했고 오만했다. 어떠한 비판이 나와도 민심이 따라와 줄 것이라고 오판하다가 매를 맞은 것이다. 그 경험이 민심에 반하는 선택 이른바 중앙당 일방통행식 내리꽂기를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정치권 관계자 역시 "보수정당은 '텃밭'에서 혼나본 경험이 없어서 오만한 것"이라며 "20대 총선에서 호남은 '민주당 대 국민의당' 구도로 선거가 치러졌는데 '녹색 바람'이 불면서 민주당은 전북 10곳 중 7곳에서 패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지역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지만, 민주당과 후보자들이 '공천=당선'이라고 오판했다가는 다시 한번 성난 민심을 경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시스템 공천'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4년 전 호남에서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 들끓었던 것은 전폭적인 지지를 해줘도 호남을 홀대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TK가 통합당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K 정치권도 여야 없이 분통

호남 정가의 분석과 유사한 지적이 지역 정가에서도 나온다. TK가 보내는 지지가 'TK 공천농단'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TK의 민주당 소속 한 후보는 "통합당이 대구 수성구에서 후보 '풍차 돌리기'를 한 점, 일부 선거구에 지역민에게 생소한 인사를 꽂은 점을 보면 TK 시도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소속 정당을 떠나 분통 터지는 일"이라고 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당은 '수도권 승리를 위해 TK 물갈이는 불가피하다'고 했는데, 반대로 민주당에서 '호남 물갈이'를 외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통합당은 자격이 되는 사람이든 안 되든 사람이든 서울에서 공천장만 들고 가면 TK는 표를 준다고 생각하니까 이런 망언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텃밭' 민심을 눈치 보지만 통합당은 TK를 '손안의 공깃돌' 취급한다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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