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김형오 공관위의 오만과 독선

입력 2020-03-10 18:21:23 수정 2020-03-11 09:11:44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수 동부본부장
이춘수 동부본부장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최근 단행한 대구경북(TK) 총선 후보 공천을 놓고 유권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이해하기도, 수용하기도 어려운 공천 결과가 적지 않아서다.

TK 다수 시도민들은 우파 정당의 혁신 공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데 어느 지역보다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시도민들은 지역에서부터 참신하고 유능한 새 인물을 대거 수혈,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설 수 있는 역동적인 거대 야당의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김형오 공관위의 TK 공천은 원칙도, 철학도, 지역에 대한 심모원려(深謀遠慮, 깊은 꾀와 먼 장래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김형오 공관위 위원장과 이석연 부위원장이 주도하는 미래통합당 TK 공천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돌려막기, 측근 챙기기, 밀실 공천 등 온갖 구태를 다 보여줬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하며 열심히 표밭갈이를 해 온 TK 총선 후보들과 유권자들은 "우리가 언제까지 우파 거대 야당의 볼모로 살아야 하는가"라며 분개하고 있다.

대구 달서갑을 보자. 이곳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두아 변호사가 단수 추천됐다. 이 변호사는 출마지역에 사무실도 없고, 명함 한 장 돌리지 않았다. 낙하산 공천의 전형이다. 이곳 유권자들은 '듣보잡'을 맞닥뜨린 심정이다.

대구 달서갑에 단수추천된 이두아(왼쪽) 변호사는 한때 이석연(오른쪽)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캡쳐
대구 달서갑에 단수추천된 이두아(왼쪽) 변호사는 한때 이석연(오른쪽)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캡쳐

이 변호사는 당초 달서병에 공천 신청을 했는데 돌려막기로 달서갑에 이식됐다. 이 변호사는 한때 이석연 부위원장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나라당 소속으로 제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며 같이 의정활동을 한 김형오 위원장과도 인연이 깊다.

역대 총선에서 여야 어느 당을 막론하고 비례대표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지역구 공천을 주지 않거나 주더라도 험지에 내보내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그런데도 이 변호사는 우파의 양지로 통하는 TK 달서갑에 공천을 받았다. 이러니 김형오‧이석연의 사천(私薦)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구 북갑 유권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은 후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지지한 인사다. 이 후보는 서울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다 낙점됐다. 당과 지역에 대한 공헌과 헌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투표제를 저지하기 위해 의원직을 걸고 투쟁했다. 국민들 또한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제도로 민의가 왜곡될까 봐 가슴 졸였다.

당과 우파의 절대적 방침과 배치되는 연동형 비례투표제를 찬성한 사람이 공천을 받은 것은 당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수성구 공천도 어이가 없다. 수성을 후보를 수성갑으로 보내고 수성갑에서 맹렬히 뛰던 후보를 수성을로 보내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이 후보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재심을 청구하는 등 반발했다. 이는 마치 대입 원서도 안 냈는데 입학시험을 강제로 치르게 하는 꼴이다. 민심을 거스르는 황당한 막장 공천이다.

공관위의 무리수는 이것만이 아니다. 경북 북부권을 확 바꾸는 선거구 획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급하게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가 결국 재공모하는 촌극을 벌였다.

물갈이와 낙하산 공천을 하더라도 예전에는 지역의 여론을 살피며 수위를 조절했다. 이번에는 예비후보 등록조차 않고 사무실마저 지역구에 안 낸 인사들을 여럿 내리꽂았다.

이러다가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하려 한 TK민들이 먼저 사심(私心) 어린 사천을 한 거대 야당의 막장 공천을 심판하려는 쪽으로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두렵다. TK민들은 서울에서 주말 출장을 내려오는 국회의원은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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