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대구경북 공천은 최소한의 염치도, 명분도 내팽개친 역대 최악의 공천으로 기록될 만하다. 지역 유권자를 졸로 보고 봉으로 생각하지 않고서는 이런 내리꽂기식 막장 공천을 할 수가 없다. 개혁 공천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뒤로는 사심(私心)을 챙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낙하산 공천을 하더라도 예전에는 지역의 눈치를 봤다. 장차관급 혹은 청와대 수석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평소 지역에 대한 교류와 관심을 가져온 인사들을 물망에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비후보 등록조차 않고 사무실마저 지역구에 안 낸 인사들을 여럿 내리꽂았다. 수년 동안 지역구를 누비며 표밭을 일궈온 예비후보들에게는 경선 기회조차 박탈해버렸다. 누굴 챙겨주려는 욕심에 눈이 멀었는지 7시간 후에 선거구 획정이 예정돼 있다는 기초적 사실마저 간과했다. 제1야당이 한 결정이라고 도저히 믿기 어려울 만큼 절차상 문제도 있다.


현역의원 물갈이 폭이 커져 초선 의원들이 많아질수록 지역의 정치적 위상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의 대대적 물갈이를 지지해준 것은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싣기 위한 대승적 차원이지 낙하산식 '사천'(私薦)을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물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하루하루 극심한 고난에 살고 있는 와중에 이런 식의 비상식적 공천을 한 것은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더욱 괘씸할 수밖에 없다.
통합당의 이번 공천은 보수 텃밭이자 표밭인 대구경북에 희망을 심었다기보다는 '중앙당 해바라기'를 파종한 격이다. 대구경북 사정을 생판 모르는 이른바 '서울TK'들이 국회에 입성한다 한들 지역 현안을 챙기고 국비를 따는데 얼마나 보탬이 될지 의문이다. 게다가 중앙당 유력 인사에게 막후에서 줄만 잘 대면 공천이 따 놓은 당상이라는 기대감을 너도나도 갖게 될 텐데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지역을 챙기고 유권자들을 돌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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