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기숙사 '생활치료센터 제공' 통보에 반발(전문)

입력 2020-03-08 12:40:29 수정 2020-03-08 16:41:37

학생회 "밤샘 논의했지만 의견 못 모아 죄송", 학생들 "밀실 처리 후 통보 유감"

8일 경북대 총학생회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8일 경북대 총학생회가 페이스북 페이지에 '첨성관 생활치료시설 사용에 대한 상황설명문'을 발표했다. 경북대 총학생회 SNS 갈무리

경북대학교 기숙사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쓰는 데 대해 학생들이 '밀실 결정과 통보'를 지적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대 학생회는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로 학교와 대구시에 학생들 우려를 적극적으로 전달했다며, 시설을 제공하더라도 학생들 불안감을 없애도록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8일 경북대학교가 "첨성관을 대구시에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같은 날 '스케치' 총학생회가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의 회의 결과 등을 담은 '첨성관 생활치료시설 사용에 대한 상황설명문'을 발표했다.

설명문에서 총학은 지난 7일 대구시 요청에 대해 학생회를 열고 기숙사인 첨성관 2개 동을 4주 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는 데 대해 찬반 투표를 벌였다고 밝혔다. 학내 대표 24개 단체 중 17개 단체 대표가 참석해 찬성 4표, 반대 7표, 기권 6표를 냈다.

제공에 찬성하는 측은 "지역 내 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2천여 명에 달하므로 방역에 적극 협조해 코로나19 사태를 빨리 종식하자. 대구시가 학생 피해에 대한 구체적 답변과 약속을 한 만큼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며 "시설 사용 시 방역 등 사후처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반대 측은 "확진자 문제는 대구시가 적극 검토할 문제로, 학생회는 학생 입장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첨성관을 우리(학생회)가 쓰는 것도 아니고 입주 예정자 의견을 모으지 않은 채 결정할 수는 없으며, 심리적 반발과 보상 문제도 클 것"이라는 이유다. 이들은 "검사 중 시간이 지체돼 숨진 환자들도 앞서 (경증인) 신천지 교인을 먼저 수용한 탓에 발생한 일"이라 부연했다.

이에 학생회는 "안건이 부결됐음을 대학 본부에 알리되, 총장과 대구시장이 결정할 문제다. 첨성관을 개방하기로 하면 대구시와 면담하고 구성원 의견을 모아 요구하겠다"는 데 뜻을 모으고 회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총학에 따르면 대구시는 앞서 지난 6일 경북대 교학부총장과 총학생회에 "첨성관을 4주 간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기숙사생 모임인 관생자치회가 학생들 우려가 크다며 이를 반대해 대학본부와 총학회장, 부총학회장이 회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학 측이 '찬성' 입장을 밝혀 학생회는 "대구시장과 면담 때 학생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7일 오후 2시 권영진 대구시장과은 총학과 면담에서 "경증환자를 수용할 시설이 매우 부족하고, 다양한 이유로 시설 마련도 어렵다. 생활치료센터 활용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총학은 학생들의 우려를 묻고 답변을 들었다.

총학에 따르면 권 시장 등 대구시 관계자는 오는 30일로 예정된 대학 내 대면 강의가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단 하루도 학사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권 침해는 없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시설 사용에 따른 주변 방역, 활용 후 바이러스 잔류에 대한 우려에도 "경찰, 공무원 등 공권력을 들여 주변을 철저히 통제하고, 환자들이 쓰는 매트리스 등은 모두 폐기한 뒤 새것으로 사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대 학생, 특히 첨성관에 거주할 이들은 시설 사용 후 의학적, 물리적으로 방역을 마치더라도 심리적 불안이 클 것으로 우려됐다. 이에 대구시 측은 "방역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주할 것이 꺼려진다면 1주일가량 주변 원룸과 호텔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대구시장이 책임질 것"이라 답했다.

총학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권 시장은 총학이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점, 우려 등도 "추후 반드시 협의하고 논의해 수용하겠다. 대구시 공무원이 대학 본관에 머물며 꾸준히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학생회 투표는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총학의 입장문 발표 이후 경북대 구성원들 사이에선 논란이 거세다.

입장문을 게재한 총학 SNS 게시물 댓글난에서 학생 구모 씨는 "우리는 알 권리도 없이 등록금만 갖다바치는 사람인가? 기숙사는 학생들 것으로, 학생 의견이 고려사항 1순위"라며 "학생 대표들이 찬반투표할 때 정작 우리는 무슨 투표가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 사전에 공지하라"고 요구했다.

정모 씨도 "총학 투표 때는 알림을 그렇게 많이 보내더나, 6일 (학생회가 대구시 연락을 받은) 이후 일이 진행되기 까지 설문조사는 하지 않고 상황 종결 후 통보하는 게 유감"이라며 "확진자를 수용한다면 기간, 방역 등 우려가 큰 부분에 학생 대표자로 확실히 권리를 주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총학 관계자는 "대구시와 대학 본부에 학생 우려와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했고 밤을 새우며 수많은 논의를 거쳤으나 일치된 합의에 다다르지 못한 점 고개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시설을 사용하더라도 학우들이 걱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추후 조치를 반드시 이루겠다. 한 발이라도 더 뛰어 현 상황을 이겨내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는 이날 대구시 요청에 따라 첨성관 2개 동을 4주가량 코로나19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 이하 경북대학교 대학본부 측 입장 전문

사랑하는 경북대학교 가족 여러분,

2020년의 봄은 코로나19 때문에 잔인하기만 합니다. 개강은 2주나 연기되었고, 그마저도 비대면강의로 새학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구광역시의 상황은 더욱 암담합니다. 3월 7일 기준으로 확진자가 5천명을 넘어서고, 이 중 1,949명은 병원, 952명이 중앙교육연수원 등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였습니다. 여전히 자택에서 병실을 대기 중인 확진자만 2천명이 넘습니다. 그 와중에 몇 분은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사망하셨고, 임종은커녕 장례의 예도 제대로 갖추고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야 하는 망연자실한 현실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 대구광역시로부터 경북대학교 내 생활관의 생활치료센터 사용 요청이 있었습니다. 거점국립대학으로서 국가와 지역민의 사랑을 받아온 우리 경북대학교는 교시인 진리/긍지/봉사의 실천을 통해 대구/경북의 어려움도 함께 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구성원의 안전과 학생들의 학습권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두고 본부와 총학생회, 교수회, 학(원)장협의회가 함께 깊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대구가 조기에 정상화되지 않으면 결국 경북대학교가 이루어야 할 교육적 소명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대승적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경북대학교는 생활관(첨성관)을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의 생활치료센터로 4주간 제공합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대구광역시는 생활치료센터와 외부를 완전히 격리하고 차단하는 것과 함께, 철저한 방역을 실시합니다.

생활치료센터 운영은 정해진 기한 내에 반드시 종료되어야 하며,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사일정에 영향 없이 생활관 입소가 가능하도록 대구광역시는 원래 상태로 복구해야 합니다.

경북대학교는 위 내용과 관련하여 대구광역시로부터의 답변을 받고, 생활치료센터 지원을 결정하였습니다. 경북대학교는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끝나고 방역이 완료될 때까지 비대면 강의를 철저히 실시하여 학생들의 학습권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의 자랑이자 보람인 경북대학교의 전 구성원들은 대구를 지켜 대한민국이 안전해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를 주도하는 첨성인, 미래를 선도하는 경북대학교의 안전을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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