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세상의 지옥인 듯하다."(1919년 9월 9일, 매일신보)
이상하다. 또 너무나 닮은꼴이다. 괴질(怪疾)의 참혹함이. 100년의 간격을 두고 한국을 뒤덮은, 이름만 다른 두 전염병을 두고 펼쳐지는 모양새의 얄궂은 분위기도 그렇다. 1919년과 1920년에 걸쳐 4만1천220명의 환자 발생에 2만2천654명이 숨진 그때는 쥣(鼠)병 또는 호열자(虎列刺)로도 불린 콜레라였고, 2020년 지금은 환자와 희생자가 계속 생기는 코로나19라는 몹쓸 질병이다.
무엇보다 책임 전가다. 1919년 콜레라는 동남아를 거친 중국 쪽, 이듬해는 일본에서 흘러들었다. 그러나 일제는 이를 막지 못한 채 한국인의 비위생적 생활과 습관 등을 탓했다. 게다가 일본인 위주인 상하수도 보급, 방역, 의료 혜택 등 식민정책(일본인 환자 436명, 사망 0명)으로 전염병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된 한국인이 사실상 따르기 힘든 청결 유지, 의사 진단 등 대처를 주문했다.
특히 일제는 1920년 급히 영화까지 제작, 위생적 생활을 외쳤으나 또 다른 책임 회피와 전가였다. 영화에서 깨끗한 집과 더러운 가정을 비교, 불결한 집의 전염병은 당연함을 보여주며 은연 중 인구 80%의 가난하고 못 배운 한국인의 비위생적 삶의 호열자 피해는 마땅하다는 논리였다. 한국인에게 열등감을 심어주기 딱 알맞은 영화였다. 당시 갓 창간한 동아일보가 비판할 만했다.
오늘 나라 꼴을 보자. 제정신인가. 코로나19가 중국발(發)인 데도 대구경북이 진원지처럼 모는 기막힌 현실이. 나라의 전파·확산 방지 실패로 5일 현재 확진 6천88명, 사망 41명에 이르고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피해자(확진 5천187명과 사망 40명) 발생에 관료, 유시민 전 장관, 홍익표 전 민주당 수석대변인, 공지영 작가 등이 '대구경북=코로나'로 때리기 나선 행태가 말이다.
일제는 한국인을 탓했지만 최대 환자·사망자가 나온 황해도·전남도 등 어느 곳을 매도하지 않았다. 지금은 저들보다 더하니 무슨 까닭인가. 착한 국민 성원과 지원, 격려로 겨우 버티며 맞은 봄이지만 대구경북의 봄은 이미 뺏긴 셈이다. 이러니 그들이 중국 우한 코로나19 전염병보다 어찌 더 겁나고 두렵지 않겠는가. 나라 안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이리도 모질게 헤집는 그들은 누구인가. 슬프고도 참담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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