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 독립큐레이터
**'현머미술' 제목은 오타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쓴 제목임.
TV에서 자막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자막은 프로그램 출연자의 대사를 따오기도 하지만 맥락의 이해를 돕는 역할과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이용된다.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자막에 신조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핵인싸', '만렙', 'ㅋㅋㅋ', 'ㅇㅈ' 등의 자음 표기 등이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에서의 언어 파괴가 시청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심의를 강화하기도 했다. 세대 간의 의견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50대 이상의 중장년 층의 경우는 알아들을 수 없는 신조어로 시청에 불편을 겪는 한편, 40대 이하의 젊은 층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새로운 콘텐츠들을 접하기에 실제 접하는 문화와 방송 간의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신조어에 대해 '미술'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공통분모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 과거 사용되던 단어들이 지금은 사용되지 않기도 하고, 새로운 단어들이 만들어지며 그 시대를 대변하기도 한다.
'초딩'이라는 단어는 2000년대 초에 등장하여 많이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급식'이라는 단어로 많이 쓰인다. 그리고 '꼰대'라는 단어는 1960년대에 등장하여 아직도 쓰이는 장수 은어이다. '초딩', '급식', '꼰대' 등이 대상을 비하하는 은어라면 접두사에 '갓(God)', '킹(King)'을 붙이거나 접미사에 '갑(甲)', '좌(座)'를 붙여 대상을 신격화할 때 사용하는 은어도 존재한다. 이러한 은어들은 그 시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
문자적 측면에서는 더 미술과 맞닿아 있다. 오래된 예시로는 '문'이라는 단어를 거꾸로 하면 '곰'이라는 단어로 치환되는 형식이 있으며, 최근에는 한글의 비슷한 모양을 차용하여 전혀 다른 단어로 대상을 표현한다. 예를 들자면 '대'='머', '명'='띵', '귀'='커'라는 글자가 대표적이다. 이런 글자들을 이용하여 '멍멍이'는 '댕댕이'로, '명작'은 '띵작'으로 '귀엽다'는 '커엽다' 등으로 치환하여 사용하곤 한다. 이러한 방식은 글자를 문자로 읽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보는 방식이다. 사물을 해체하고 재조립하여 나타내는 미술의 형식과 유사하다.
미술은 늘 기존의 것을 의심하고 부정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 그 새로운 것이 다시 일반적인 기준이 되면 다시 의심하고 부정한다. 이 같은 과정에서 미술은 항상 유머와 위트를 가미하여 신선하게 스스로를 드러낸다. 이렇게 미술은 그 시대의 바로미터가 된다.
신조어는 한글 파괴로 이어져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하지만 모든 신조어들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자연스레 사장되기 마련이다. 경계는 하되, 적당히 즐기는 마음을 가진다면 보지 못했던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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