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재앙, 우연이 아니다!

입력 2020-03-04 14:02:53 수정 2020-03-04 19:04:57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광역시 남구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취약계층 복지전달체계 현황을 보고를 받은 후 조재구 남구청장을 위로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현황보고 때 눈물을 보였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광역시 남구청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취약계층 복지전달체계 현황을 보고를 받은 후 조재구 남구청장을 위로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현황보고 때 눈물을 보였다. 연합뉴스
석민 선임기자
석민 선임기자

"대구에서 왔습니다."

순간,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한 채 서울○○병원 입구에서 출입자의 체열을 확인하던 직원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어색함은 역력했다. 대구경북인은 중국 등 해외에서 온 사람들과 똑같은 취급을 받았다. 한쪽 데스크로 불려가 문진표를 작성했고, 진료 예약 기록, 대구에서의 동선 등을 캐물었다.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대구경북의 현주소'는 분명했다.

이미 지난 3일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5천 명을 돌파했다. 이 같은 증가세라면 1만 명 확진자 돌파는 순식간에 닥칠 것이다. 향후 얼마나 더 많은 생목숨들이 죽어나갈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현 상황을 천재지변 같은 재앙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코로나19의 발생에 대한민국은 책임이 없다. 오히려 가혹한 피해자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를' 현재의 상황을 '중국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불과 2주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중국 우한발 코로나19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하룻밤 사이 34명의 확진자가 늘었을 때,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청와대에 봉준호 감독과 스태프를 초청해 짜파구리 기생충 파티를 열고 파안대소했다. 그 이후 확진자가 1천 명을 넘어서고 매일 국민들이 죽어나갈 때, 문재인 정권이 보인 행태 역시 '기생충 파티의 파안대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말 그들 눈에는 국민이 개·돼지, 붕어·가재, 파충류로 보이는 것일까?

방역의 최전방 사령관이라고 할 수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중국에서 온 한국인'이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홍익표는 '대구 봉쇄' 발언에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유럽 여행에서 돌아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한국인 격리 논란과 관련,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전화했다가 "불필요한 인원의 국경 간 이동을 일찌감치 통제하고 감소시키는 것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충고를 들었다. 중국발 입국을 제때 통제하지 않은 한국 정부가 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런데도 추미애, 유시민, 공지영 등 친여·친문 성향 인사들의 망언과 망발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전 세계적이다. 그럼 '정상적' 나라들은 어떨까. 대만 첸시쳉 보건장관은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하자 눈물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확산 못 막는다, 전략을 바꾸자"며 솔직히 현 상황을 고백하고 사과함으로써 동요하는 국민을 오히려 안심시켰다. 정확한 정보 전달, 솔직한 한계 인정, 구체적인 계획 제시, 명확한 행동 수칙, 공감과 격려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코로나19 위기를 대한민국의 대재앙으로 만들어가는 원흉은 문재인 정권의 리더십 부재이다. 코로나19가 대재앙을 몰고 온 것이 아니라, 리더십 부재와 무능이 코로나19 위기를 대재앙으로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대한민국호는 조만간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을 것이라는 공포가 엄습한다. 세월호의 참상이 오버랩된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가 수습된다 하더라도, 그동안 현 정권이 외교·안보·경제·사회 각 분야에 뿌려 놓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치명적 바이러스가 잠복기를 끝내고 또 어떤 대역병을 불러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복구하지 못한다면, 일상은 위기로, 위기는 대재앙으로 번지는 악순환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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