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구 확진자 동선 불분명…"동선 좀 알려주세요"

입력 2020-03-02 14:18:27 수정 2020-03-02 14:18:33

확진자 주변 주민들 "신천지 아니냐, 어디 다녀갔냐"…정은경 본부장 "지역감염, 개별 역학조사 불필요"
대구시 "확진자 매일 쏟아져 모든 동선 일일이 정리, 공개할 수 없다. 밀접 접촉자에 최대한 공개"

타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대구시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아 시민들 원성이 높다.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는 동선 공개가 무의미할 만큼 확진자가 많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은 뒤늦게 확진자 동선을 전해듣고 감염 우려에 떨고 있다.

지난 1일 대구 달성군 한 마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직원이 나오자 그 가족이 감염 경위나 동선 등 억측들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맘카페 게시물 갈무리
지난 1일 대구 달성군 한 마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직원이 나오자 그 가족이 감염 경위나 동선 등 억측들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맘카페 게시물 갈무리

최근 대구 달성군 유가읍 한 식자재마트에서 근무하던 30대 직원 A씨가 확진됐다.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달성군보건소 문자메시지로 '자가격리 대상' 통보를 받았다. 앞선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이유다. 이후 25일 자가격리를 시작한 가운데 37.2℃ 미열이 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해 확진 판정됐다.

A씨는 지난달 15일부터 24일일까지 마트에 근무(단, 20일, 23일은 휴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근무한 마트는 확진자 발생 사실을 파악 한 24일 오후 방역 조치한 뒤 다음 날부터 영업을 이어갔다. 주민들도 한동안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곳 마트를 이용했다.

뒤늦게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A씨가 신천지 교인임을 숨기고 일한 것, 그가 근무 중 마스크를 끼지 않은 날을 파악해 피해야 한다"거나 "평소 마트 직원끼리 모여 밥을 먹는다는데 직원끼리도 옮은 것 아니냐" 등 우려와 억측을 쏟아냈다.

이에 A씨 가족까지 해명에 나섰다. 지역 한 맘카페에서 A씨 동생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A씨는 신천지 교인이 아니며 감염 사실을 일부러 숨긴 것도 아니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을 알지 못한 데다 그간 아무런 의심 증상이 없어 근무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확진자 발생 소식에) 주민들 놀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A씨와 확진자가 어느날 어디서 동선이 겹치는지 보건소, 달성군에 문의해도 업무가 많은 건지 무조건 비공개 방침인지 상세히 알려주지 않아 가족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지역민들은 대구시와 질병관리본부가 각 확진자 정보를 간단하게라도 알려줬으면 한다는 입장이다. 질본 홈페이지의 코로나19 '확진환자 이동 경로' 메뉴도 수일 째 82번 확진자에서 멈춰 있다. 이마저도 실제로는 32번 확진자를 끝으로 '확인 중'이라고만 적혀 있다.

유가읍 한 주민은 "질본과 타 지자체는 역학조사 관련 업무를 즉각 처리한다는데 대구에선 보건소와 구청, 대구시가 저마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밀접접촉자 정보와 동선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확진자 소식에 '신천지 아닌가' 의문부터 드는 것도 문제"라면서 "인력이 모자란 것은 이해하지만 권영진 시장이 왜 인력 보강을 하지 않는지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가운데)이 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등의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가운데)이 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등의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이와 관련, 질본 측은 대구시에 파견한 역학조사관을 통해 확진자 개개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모두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홈페이지에 82번 확진자 정보까지만 공개한 것은 이후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업데이트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질본 관계자는 "역학조사관들은 확진자 이동 동선을 모두 파악해 방역 및 밀접접촉자 안내를 하고 있다. (대구시가 동선 공개를 하지 않는 것 관련) 대구시 등 지자체에 따로 동선 공개 관련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달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역감염이 확산된 곳에서는 개별 사례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불필요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우연한 접촉자가 아닌) 밀접 접촉자인 가족과 의료기관, 직장 중심의 선택적 역학조사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방침을 설명한 바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너무 많고 추가 확진자도 쏟아지는 바람에 모든 동선을 일일이 문서로 정리하고 공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가족, 직장 등 밀접 접촉자를 상대로라도 최대한 정확히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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