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전염병 확산 유해 질병 문제로 국한
경제·사회 활동 손실 초래해선 곤란
정보 공유·의료 자원 적재적소 투입
사회적 네트워크 활용 단절 극복을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에 따른 급속한 글로벌화의 진전은 더 빠르게 경제성장을 촉진해서 많은 사람들의 경제후생을 증대시킨 반면에 제한된 지역과 나라에서 일어난 자연재해와 경제위기가 국경을 넘어서 증폭되는 리스크도 크게 높였다. 재해역학연구센터(Centre for Research on the Epidemiology of Disasters)가 작성한 국제재해데이터베이스는 홍수, 폭풍우, 산불, 지진, 전염병 등과 같은 자연재해가 2000년 이후에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자연재해로는 2003년 중국에서 일어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2011년의 지진·해일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아직도 피해의 영향이 남아 있는 동일본 대재난과 태국에서 일어난 대홍수, 2015년 한국에서 유행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9년 호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수많은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인 손실을 입힌다.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은 1~3년 정도의 단기간일 경우에도 일인당 GDP 연간 성장률 0.7~1%포인트를 하락시킬 정도로 크다는 추계 결과도 있다. 자연재해는 직접적인 피해를 넘어 경제활동과 사회적 관계에 악영향을 미쳐서 큰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일본 경제학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일본 재난의 직접적인 영향에 따른 생산 감소보다 공급사슬(Supply chain)의 단절로 인해 생긴 생산 감소가 100배 정도 높았다고 한다. 생산 감소 등과 같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뿐만 아니라 재해로 인한 건강 후유증, 심리적 불안과 같은 건강자본과 이웃과 정부에 대한 불신과 같은 사회적 자본을 훼손시키는 심리적 영향까지 고려하면, 자연재해의 악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클 것이다. 경제학 분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연재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의 악영향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지만, 경제위기에 따른 피해는 장기적으로도 계속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현재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이란 등의 중동, 이탈리아 등의 유럽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며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국가 간의 상호 의존적 네트워크인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통해 사람, 자본, 재화가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번영을 구가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심화된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서 더 빨리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건강과 인명 피해를 넘어서 각국의 경제와 사회 활동으로 악영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도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고,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예방에 실패하면서 감염 공포의 확산, 기본적인 방어에 필요한 마스크의 품귀 현상과 확진자에 비해 의료 서비스 부족 등이 겹치면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던 학교의 수업, 교회의 예배, 백화점 쇼핑, 외식, 국내외 여행, 각종 모임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었고, 중국에 부품을 의존하는 기업과 중국에 부품이나 완성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의 공장가동률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전염병의 확산이 유해 질병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경제'사회 활동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해서는 곤란하다. 인명과 건강 피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악영향이 큰 경제적 손실과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확한 정보를 게시하고, 기업, 교회 등과 같은 종교단체와 비영리 시민단체 등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서 필요한 조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제한된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해서 전염의 확산을 최대한 늦추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인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기업에 필요한 운전자금을 즉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시민들도 스스로를 지키면서, 네트워크를 단절하고, 고립하기보다는 전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함께 많은 문제를 해결해 온 것처럼 서로가 협력하면 이번의 큰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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