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멈추어 버린 대구

입력 2020-02-27 16:11:32 수정 2020-02-27 19:13:49

송준기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회장

송준기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회장
송준기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회장

2019년 12월 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견돼 12월 12일 최초 보고된 중국 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로 명명된 유행성 질환이 단 한 달 만에 온 대구를 검은 병마의 먹구름으로 뒤덮어 버렸다.

인적이 끊긴 동성로, 대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히말라야시더가 늘어선 동대구로를 오가는 차량까지 한 대 한 대 헤아릴 만큼 줄어든 거리, 폐쇄돼 버린 대형병원 응급실과 지역의 병의원, 상가들. 모두가 멈추어 버린 을씨년스러운, 그런 대구이다.
전국에서 나를 알고 있는 많은 분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온다. 대구는 어떻냐는 말, 마치 내가 코로나폐렴에 걸린 것처럼 건강은 괜찮냐는 말, 필요한 것은 없는가 하는 등의 많은 걱정들을 나누며 위로의 말들을 전해준다.

그런 분들에게 대구가 꽤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모두들 차분하게 잘 대응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에서 방송한 것처럼 사재기하는 것도 없으며, 대형마트나 동네 작은 가게까지도 사재기로 인해 물품이 동나는 일은 없다고 분명하게 말을 해준다.

이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각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편향된 시각으로 던진 말들이 격리되고 차단된 대구 시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 여러 매체를 통한 불안감과 서로에 대한 불신이 코로나19를 넘어 이 사회가 더더욱 큰 병에 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제발 오피니언 리더들은 대구 시민들이 더 차분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기를 당부 드린다. 그리고 전후 사정과 어떤 이유든, 어떤 입장이든, 그 모든 것을 막론하고 지금 이 순간 절체절명의 명제는 우리가 이 병마를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세계 최고의 봉사단체인 적십자회장으로 취임하던 날, 지역사회의 많은 취약 계층을 위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명예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라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모든 시민들, 특히 취약 계층을 위해 작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이 순간이 더욱 위대하고 더욱더 명예스러운 순간인 것 같다.

시민 치안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경찰에게 마스크 1만 장을 기부하겠다는 고마움, 어느 날 갑자기 적십자사에 찾아와 10억원을 기부하고 간 기업, 아무 조건 없이 익명으로 1억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하신 분, 그리고 환자 숫자가 줄어서 너무나 어려운 상황임에도 2천만원을 기부한 병원, 온 대구를 다 방역하고도 남을 만큼의 소독약을 기부한 단체, 멀리 전라도에서 기꺼이 달려와서 금품과 물품을 기증하신 고마운 분 등 병마와 싸우는 현장에서 진정 위대한 대구 시민의 저력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국민 모두도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아닐까? 이미 일어난 상황에서는 누구를 탓하기보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차분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작은 관심, 마스크 착용과 철저한 손 씻기, 손 소독만으로도 발병률(전염률)을 훨씬 낮출 수 있다. 혹 환자와의 접촉이 있는 경우 철저한 자가격리는 본인의 건강을 위하는 동시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일 것이다.

우리 시민 모두는 위대한 하나의 연합군이 되어 한마음 한뜻으로 코로나19와 싸워 이겨냅시다. 그리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구를 굳건하게 지켜냅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