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로나19와의 전쟁

입력 2020-02-26 16:41:05 수정 2020-02-27 07:56:08

모현철 문화부장

모현철 문화부장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선 26일 대구 중구보건소 방역 요원들이 유령 도시처럼 인적이 끊긴 대구 최대 도심지인 동성로 일대를 소독하고 있다.
모현철 문화부장

매일 아침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한다. 호흡을 할 때마다 안경 렌즈에 김이 서려 답답하다. 엘리베이터 타기가 꺼려지고 버튼은 휴대폰으로 누른다. 점심시간에 문을 연 식당을 찾기도 힘들다. 출입문을 열 때는 팔꿈치 또는 구둣발을 사용한다. 식당에 앉아서도 옆자리 사람들이 신경 쓰인다. 누군가가 기침이라도 하면 비말(침방울)이 날아올까 봐 움츠러든다. 사람과의 악수도 꺼려진다. 출퇴근 시간 도로와 거리엔 차량과 행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미술관, 공연장, 도서관, 수영장 등은 문을 닫았다. 문화 공연,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예배, 미사, 법회도 중단됐다. 주말마다 즐겼던 영화관 나들이도 끊었다. '방콕'을 하면서 텔레비전 뉴스와 스마트폰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불안하다. 병원에 가려면 출입구에서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36.5℃보다 높게 나오면 입장 불가다. 만약 확진자가 된다는 상상을 하면 아찔해진다. 자신의 신상이 털리고 동선이 공개된다. 이름 대신 '○○번 환자'로 불릴 것이다. 회사는 폐쇄되고 가족과 동료가 격리되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이다.

지난주 31번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대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언제쯤 전쟁이 끝날까? 2009년 전 국민을 떨게 했던 신종플루도 1년이 지나서야 종식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시작 단계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폐렴 환자가 확인됐다. 코로나19는 신종플루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발병 초기 잠잠하다가 갑자기 환자가 급증하는 확산세는 같아 보이지만 코로나19의 초기 전파력은 더 강력하다. 신종플루는 백신과 치료제가 확보됐지만 코로나19는 신종 바이러스인 탓에 백신 개발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만큼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공포심이 아닌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전을 위해서 정부, 정치권, 국민이 각자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감염 의심자들을 검사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 확충이 급선무다.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은 검사기관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절망하고 있다. 대구의 한 환자는 몸살과 가슴통증, 가래 증상으로 병원과 보건소를 찾았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다. 열이 펄펄 끓고 호흡이 어려워야 3일 뒤에 검사해 줄 수 있다는 의료기관의 말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감염이 의심되는 대구의 한 모녀는 자가용을 타고 부산까지 가서 확진받는 일도 있었다. 대구의 병원과 선별진료소에 검사자가 몰려 진단이 늦어질 것을 우려해 원정 검사를 받으러 간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마스크 품귀 현상도 급히 해결해야 한다.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대구지역 대형마트 앞에 새벽부터 수천 명이 감염 위험에도 북새통을 이뤘지만 판매 즉시 동이 났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천마스크를 세탁해 사용하거나,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착용하기도 한다. 정부는 마스크 판매 유통 경로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여야는 2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코로나 3법'을 통과시켰다. 31번 확진자와 같이 감염병 의심자가 검사나 격리, 입원 치료 등을 거부하면 처벌을 받는다. 앞으로도 여야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조기 종식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조기에 종식될 것"이라는 오판으로 방심하지 말고 정책적 지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국민들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다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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