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바이러스 쇼크

입력 2020-02-28 14:30:00

최강석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코리아 포비아'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우한폐렴) 환자가 응급실로 긴급히 호송되는 모습. 매일신문 DB

[책] 바이러스 쇼크
[책] 바이러스 쇼크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코리아 포비아'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우한폐렴)가 전 세계인을 더욱 공포로 몰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아직까지 바이러스의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어떤 상황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공포는 더욱더 확대 재생산된다.

문재인 정부의 안일하고 무능하며 무책임한 대응 또한 '코리아 포비아'의 원흉이다. 2003년 중국 사스,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 바이러스 때 경험했듯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한 경로를 통해 나타난 새로운 병원체에 의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 중국 우한발 코로나19도 마찬가지였다. 초기에 감염원(중국)을 신속히 원천 차단하지 못한 것이 전 세계적인 '코리아 포비아'라는 비극을 불러왔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과 우리(대한민국)는 운명 공동체"라는 말은 현실이 되어 버렸다. 대구경북은 중국의 우한·후베이처럼 되어 버렸고, 대한민국은 중국처럼 전 세계의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 책에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닥친 우한 바이러스 쇼크를 이겨낼 해법이 담겨 있어 주목을 끈다. '인류 재앙의 실체, 알아야 살아남는다'는 부제에 담긴 의미가 남다르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는 이기는 것은 없다. '(개개인이) 살아 남는 것'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막연한 공포에서 벗어나 단단한 '경각심'을 갖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류사는 어쩌면 바이러스와의 투쟁이었다. 중세 흑사병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5천만 명을 죽게 한 스페인 독감(1918년), 100만~2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시아 독감, 3천6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홍콩독감(1968년)에 이어 에이즈(1981년), 중국사스(2003년), 메르스(2012년), 에볼라(2014년), 지카(2016년), 그리고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2019년)에 이르기까지 치명적 바이러스의 습격은 계속되었다.

저자는 우한폐렴 발생 소식을 처음 접하면서 '그 바이러스는 분명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이고, 그 바이러스는 박쥐 바이러스일 것이다'고 예측했다. 공개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는 그의 예측 그대로였다. 재앙은 이미 예고 되었던 셈이다.

이 책의 장점은 바이러스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줌으로써 어떻게 바이러스와 싸워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준다는 것이다. '적을 알아야 패배하지 않는다'는 손자병법은 불변의 진리이다. '앎'이야말로 코로나19의 도전과 공포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바이러스의 정체와 미생물의 역사, 신종 바이러스의 탄생 계기, 인류와 공생해 온 바이러스의 역사, 그리고 어떻게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적이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전개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출현한다 하더라도 인체 치명률은 1세기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와는 다른 청결한 위생환경 덕분이다. 청결한 위생환경은 세균 감염을 줄여주고, 2차 세균 폐렴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을 낮춰준다.

코로나19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사스·메르스·코로나19 같은 호흡기 질병의 확산을 막는 데는 마스크 착용이 큰 도움이 된다. 병원균이 감염자의 기침이나 가래 등을 통해 다량으로 배출되는 탓이다. 또 비누나 손 세정제로 자주 손을 깨끗이 씻으면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바이러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쌓고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하는 만큼, 평소 확진자의 동선 등에 관심을 갖고 많은 정보들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장질환, 페질환, 당뇨 등 세균 폐렴에 취약한 기저질환자나 노약자들의 경우 미리 폐렴구균 백신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바이러스에 걸리더라도 폐렴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희망적이다. 깨끗한 위생환경, 폐렴 합병증 치료, 항바이러스제 투여, 한층 강화된 보건 개입 등 인류가 개발한 비장의 무기들은 과거에는 치명적일 수도 있었던 바이러스를 점차 무력화 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를 박멸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은 시민이 승리한 것이다. 우리 모두 승리자가 되자! 368쪽, 1만5천원.

저자 최강석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동물전염병 국제전문가이자 수의바이러스 학자이다. 현재 세계동물보건기구 전염병 전문가로서 동물바이러스 전염병의 국제적인 확산 방지를 위해 다양한 국제협력 기술지원 활동을 하고 있으며, 동물과 사람의 전염병 관련 10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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