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천지로 가정 파탄, 50대 가장의 눈물

입력 2020-02-25 18:20:01 수정 2020-02-26 07:45:03

"3년 전부터 신천지에 헌금 갖다바친 아내…6천만원 넘게 빚져"
아내, 교인 5-7명 관리 구역장…그 위론 센터장·부장 다단계
지역 대학가로 파고든 신천지 실상…대학생 타깃 포교
'다단계' 점조직 형태로 신분 위장해 접근

신천지교회로 가정 불화를 빚다 최근 쫓기듯 집에서 나온 한 50대 가장은
신천지교회로 가정 불화를 빚다 최근 쫓기듯 집에서 나온 한 50대 가장은 "아내와 큰아들이 신천지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은 아내의 신천지 교인증. 제보자 제공

"신천지에 아내와 아들을 빼앗기고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에 다니는 아내, 아들과 가정 불화를 겪다 최근 쫓기듯 집에서 나왔다는 한 50대 가장이 자신의 아픔을 털어놨다. '다단계'와 비슷한 점조직 형태로 대학가에 파고든 신천지예수교회의 실상도 고발했다.

25일 신천지예수교회에 다니는 아내(50)와 아들(27)을 뒀다는 A(55) 씨를 만났다. A씨는 아내와 아들이 신천지예수교회 교인이라는 것을 4개월 전에 알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말다툼이 잦아졌고 특히 아들과는 '원수' 같은 사이가 돼 두 달 전쯤 집에서 나와 혼자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알고 보니 아내는 3년 전부터 신천지예수교회에 다녔고, 그 과정에서 카드대출 등 여러 군데에서 6천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다"며 "십일조에다 부녀회비, '천국의 자리'를 마련하는 헌금, 건축헌금 등 마구 갖다내는 돈 때문에 싸움이 커졌다"고 했다.

아내는 '구역장'이었다고 A씨는 밝혔다. 구역장은 교인 5~7명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그 위로는 센터장과 부장, 강사 등이 있는 다단계 형태라고 설명했다.

A씨는 "아내를 포함해 교인들은 주로 번화한 도시철도역 주변과 경산 대학가를 중심으로 2인 1조로 포교활동을 했는데 이때 'OO문화연구원' 소속이라고 신분을 위장하는 방법을 썼다"며 "설문조사를 한다며 대학생들을 붙잡고 이름과 연락처 등을 확보한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대상을 물색한 뒤 대구대 정문 인근에 마련한 '교육장'에서 인문학 강의를 한다는 명목으로 대학생들을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이 교육장은 최근 신천지가 밝힌 '전국의 교회와 부속기관 주소지'에 포함돼 있다.

문제는 밝혀진 곳 이외에 카페 등지에서 신천지 모임을 자주 갖는다는 것이다.

A씨는 "알려진 곳 말고도 신천지 교인들은 대학가 주변 카페에서 따로 모인다"며 "그동안 보안이 유지되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주로 이용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이를 없애고 별도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A씨의 아내와 아들은 31번 확진자와 같은 날 대구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의 예배에 참석했다. 이후 아들은 열이 났지만 코로나19 검사 결과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고 했다. 아내는 아직 증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들이 자가격리 중인데 중학생인 막내아들이 같이 있어 걱정이 크다"며 "가끔 들러서 집 문 앞에 약을 두고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와 아들이 신천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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