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웹툰 원작 '이태원 클라쓰' 인기 비결은

입력 2020-02-27 14:30:00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시청률 10% 돌파, 고공행진하는 이유
복수극에 담은 청춘의 기성사회에 대한 도전

JTBC 드라마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스틸컷

창업에 대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요식업 창업 이야기는 최근 들어 대중들의 관심 콘텐츠 중 하나다. JTBC '이태원 클라쓰'도 큰 범주에서 보면 청춘들의 창업기를 다룬 드라마다. 하지만 안을 잘 들여다보면 청춘들의 기성사회에 대한 도전의식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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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라쓰'의 요식업 창업 판타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인기 있는 건 백종원이라는 '장사의 신'이 허덕이는 골목식당을 찾아가 솔루션을 제공해 실제 상권을 살려내는 마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청년들은 물론이고 중장년까지도 관심이 부쩍 높아진 '창업'의 소재를 갖고 있어서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역시 그 소재를 요식업 창업에서 가져왔다는 건 우연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가 이태원에 단밤 포차를 열고 성공시키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그것은 자신과 아버지를 몰락시킨 장대희 회장(유재명)에 대한 복수지만, 그 복수의 방식이 창업을 통한 성공이라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성격을 확실히 보여준다.

장대희 회장과 그 망나니 아들 장근원(안보현) 때문에 아버지가 뺑소니로 죽고 자신은 감방까지 가게 된 박새로이. 그는 감방에서 장대희 회장이 포차로 시작해 굴지의 회사로 장가를 일궈낸 자서전을 외우다시피 읽으며 창업을 준비한다. 그리고 감방에서 나온 후 7년 간 원양어선을 타 창업자금을 마련한 후 드디어 단밤을 오픈한다.

하지만 의욕과 패기만 넘쳤지 현실성은 제로인 그에게 마치 백종원 같은 능력자가 등장한다. 소시오패스로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는 데다 원하는 목표는 어떻게든 이뤄내는 조이서(김다미)가 단밤의 매니저로 들어온 것. 조이서는 순식간에 백종원처럼 마법을 부려 파리 날리던 단밤을 줄서서 기다리는 포차로 바꿔놓는다.

SNS 시대에 걸맞게 사진이 예쁘게 나올만한 조명에 개성 가득한 인테리어로 재무장하고, 그저 그랬던 음식 맛도 업그레이드시킨다. 여기에 SNS 인플루언서인 조이서의 홍보 마케팅까지 더해지니 매출은 급신장된다. 하지만 박새로이의 단밤이 승승장구하기 시작하면서 장가의 방해공작은 본격화된다. 단밤이 세든 건물을 통째로 사버리고 세을 올리는 갑질의 시작. 복수극을 겉면에 세우고 있지만 이면에 놓인 요식업 창업의 어려운 지점들을 이 드라마는 잘도 버무려 판타지로 그려낸다.

JTBC 드라마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스틸컷

◆독특한 청춘 캐릭터들의 기성사회에 대한 도전

하지만 '이태원 클라쓰'가 단순한 창업기 소재의 복수극이라는 건 아니다. 만일 그것만이었다면 단 5회 만에 10%를 훌쩍 넘기는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을 게다. '이태원 클라쓰'가 이런 인기를 끌게 된 진짜 이유는 독특한 청춘 캐릭터들에 있다.

먼저 주인공인 박새로이는 우리가 최근 봐왔던 그 어떤 청춘 캐릭터와는 상당히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소신과 패기'가 무기인 이 청춘 캐릭터는 목표를 향해 돌아보지 않고 직진하며 어떤 고난이 닥쳐도 버텨내고 이겨내는 인물이다. 그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전직 조폭 최승권(류경수)이 박새로이를 따라 단밤 포차에서 일하게 된 사연에 담겨있다. 박새로이를 감방에서 처음 만난 최승권은 "전과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던 자신과는 달랐던 박새로이의 '시간'을 언급한다. 출감해 최승권이 조폭생활로 살았던 그 시간들과, 자신이 세운 목표대로 차근차근 걸어온 박새로이의 시간이 달랐다는 것. 이것은 단지 현실의 조건들 때문에 겪는 어려움에 안주하기보다는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면서 성장하고 성공하는 새로운 청춘상이다.

이 청춘상은 권위주의적인 기성사회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소신과 패기'가 이득이 없다면 '고집이고 객기'일 뿐이라는 장회장의 이야기에 박새로이라는 청춘은 정면으로 대결한다. 따라서 박새로이는 단지 성공하는 것만으로 목표로 삼지 않는다. 장회장이 했던 방식과는 다른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이루는 성공.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자 복수가 된다. 복수극과 겹쳐놓은 정당한 방법으로의 성공과정. 그것은 부정한 방법을 통해 성공한 자들에 대한 진정한 일침으로 다가온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방송화면 캡처

사실 청춘드라마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로맨스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춘드라마는 무거운 현실의 그림자들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KBS '쌈마이웨이' 같은 청춘물이 대표적이다. 스펙사회의 장대를 뛰어넘지 못한 청춘들이 이른바 '쌈마이'의 세계에서 살아가지만 그래도 '마이웨이'를 가야 한다고 외쳤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도 청춘드라마로서의 사랑이 빠지지 않지만 그 사랑이야기 역시 소신과 현실 사이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담고 있다.

어려운 취업현실 속에서 관심이 급증한 창업을 소재로 하고, 거기에 그런 현실을 만든 기성사회에 대해 청춘들의 목소리로 대결하는 이야기. 이러니 '이태원 클라쓰'가 주는 판타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답답한 현실 속에 잠깐이나 속 시원한 청춘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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