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선거는 정권에 상벌을 주는 행위
文정부가 평등·공정·정의롭다면
총선서 민주당을 찍어 상을 주고
그렇지 않다면 벌을 주어야 마땅
선거는 자유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기적 선거를 통해 집권 세력을 교체하거나 재집권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래서 선거에 임하는 후보와 정당들이 뭐라 주장하든 선거는 결국 정권에 상을 주느냐 벌을 주느냐를 선택하는 행위이다.
문득 대학가에서 한때 유행했던 대자보의 질문, "안녕들 하십니까"가 생각난다. 4·15 총선을 불과 50여 일 앞둔 지금 유권자들이 해야 할 질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말 안녕들 하십니까? 취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을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 약속했었다. 국민통합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시행한 정책으로 무엇이 있었는가. 이념이나 세대, 지역, 계층 간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 정책이 있다면 그것이 곧 국민통합을 위한 정책일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갈등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키운 정책만 기억난다. 대표적인 것이 적폐 청산인데, 이는 과거 보수 우파 정부들이 해 온 정책을 부정하거나 그에 참여했던 공무원들까지 찾아내 징계와 고소·고발을 남발함으로써 갈등과 분열을 부추겼다. 각 부처의 적폐청산위원회는 진보 좌파 인사들만으로 구성하여 더욱 사회를 분열시키기만 했을 뿐이다. 오죽하면 조선시대 사화 수준이라는 비판이 있는가.
문 대통령은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고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현실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영향으로 소득양극화가 더욱 벌어지자 통계청장까지 교체하면서 불리한 자료를 덮기에 급급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정적 영향으로 자영업자들이 대폭 감소하고 소득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자 무차별한 현금살포형 복지정책을 통해 억지로 60대 이상 노인의 임시 일자리를 만들어 놓고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떼를 쓴다. 사실은 막대한 부채를 다음 세대로 떠넘기면서도 곳간의 돈을 써야 한단다. 시장을 무시한 부동산정책으로 풍선효과가 더욱 심각해지자 이전 보수 정부 탓으로 돌리기에 바빴다.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한 경기 위축이 오니 이번엔 언론이 너무 부정적으로 보도해서 소비가 위축되었다며 언론을 탓한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관계없이 능력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훌륭한 인재를 활용하겠다고 했었다. 현실에서는 능력과 상관없이 이념과 가치에 입각한 언론 정책과 인사가 대원칙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이 역대 정부보다 더 많았다.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친여 인사들이 진행자 자리를 꿰어 차고 앉아 돈벌이하는 곳으로 전락했다. 동네 약국을 운영하던 대통령 친구를 식약처장에, 동네 의원을 운영하던 지지자를 국립의료원장에 앉히고서도 인재를 썼다고 강변한다.
대통령은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현실은 달랐다. 다른 나라들은 다시 원전으로 돌아오는데 뜬금없는 탈원전 선언으로 원자력산업의 생태계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친구를 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경찰과 청와대를 동원해 선거에 개입한 의혹에도 묵묵부답이다. 기생충 뺨치는 문서위조를 비롯한 각종 반칙과 특권을 누리고 청와대에 앉아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조국 씨를 법무부 장관에 앉히고는 조국 수호가 검찰 개혁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결국 기소된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기는커녕 그를 놓아주자면서도, 매주 주말마다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광화문에 모여 목이 터져라 외치는 태극기부대 어르신들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니 그들은 국민이 아닌가.
지난 3년을 아무리 돌아봐도 나라다운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진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문재인 정부에서 정말 기회는 평등했고 과정은 공정했으며 결과가 정의로웠다고 생각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을 찍어 상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벌을 주어 마땅하다. 만일 이번에도 지연, 학연, 인연 등 불합리한 기준으로 투표한다면, 그것은 유권자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사회주의 인민공화국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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